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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보관소, 피해자 신상 폭로”…운영자 법정 선다→밀양 트라우마 속 진실 향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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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보관소, 피해자 신상 폭로”…운영자 법정 선다→밀양 트라우마 속 진실 향한 울림

최하윤 기자
입력

터질 듯 복잡한 심정 속에서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운영자 A 씨가 20년 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추정된 이들의 신상을 영상을 통해 폭로하고, 사적 제재의 논란 중심에 서게 됐다. 채널을 통해 신분을 밝히며 여론의 분노를 자극했던 순간, 단순한 폭로를 넘어선 무게가 시청자들 마음에 깊게 드리워졌다.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그는 이제 또 한 번, 법정이라는 차가운 진실의 공간에서 자신의 선택과 사회적 파장을 마주하게 됐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27일, A 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으며 2004년 사건의 가해자 신상 공개를 둘러싼 갈등과 2차 피해 우려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창원지검에서 이송받아 약 8개월간 수사를 이어온 끝에 결정된 기소는, 사법 절차와 사적 정의 사이에 놓인 사회적 경계선의 민낯을 드러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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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성폭행 가해자 신상 공개 사안에 대해 경찰이 지난해 8월 기준으로만 약 600건의 고소와 고발을 접수, 수사 대상자만 3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10여 명이 기소돼 송치되는 등 온라인에서 확산된 신상 공개의 파장과 그 책임이 현실화되고 있다. 경남 경찰청에서 시작해 각 검찰청으로 이송된 이들의 재판 행렬은, 한 개인의 윤리적 판단이 얼마나 넓은 파문을 낳는지 재확인시키는 대목이다.

 

앞서 유사한 혐의로 기소된 유튜브 채널 ‘전투토끼’ 운영자 B 씨는 지난달 23일, 창원지법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송 판사는 이번 판결에서 “사건 피해자 상당수가 밀양 사건과 무관함에도 신상이 공개돼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다”면서, “인터넷상 떠도는 정보를 근거로 한 사적 제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A 씨의 첫 공판 일정은 아직 미정이지만, 온라인 폭로와 사적 심판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유튜브와 같은 대중 플랫폼에서 행해진 사적 정의 구현 시도와 그로 인해 촉발된 피해, 그리고 법 앞에서 다시금 선명해진 진실의 무게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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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보관소#밀양성폭행사건#전투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