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교체 권고 무시했다”…국정자원센터 화재로 국가 시스템 위기
리튬 이온 배터리 교체 권고가 있었음에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은 사용 기한이 지난 배터리를 1~2년 더 사용하기로 판단해 교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국정자원 대전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 관리 미흡은, 국가 전산망의 안정성과 데이터 복구 체계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부는 데이터 복구와 시스템 이중화 작업의 구조적 미비를 진단하며, 추석 연휴를 포함해 최소 4주 동안 96개 시스템이 정상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화재 발생 직후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작년 내구연한이 경과해 배터리 교체 권고를 받았으나, 2014년 도입 장비와 2017년 교체한 배터리를 1~2년 더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관리상 판단 오류를 시인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모든 배터리 설비에 대해 권장 사용 기간을 철저히 지킬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신속 복구가 관건인 국가 시스템임에도, 데이터 백업 및 이중화 작업은 부분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복구 작업은 백업된 데이터 기반으로 별도 처리 중이나, 일부 시스템은 서버 및 스토리지 전체가 구비된 1등급에만 적용되고 대다수는 수기신청 등 불편한 대체 절차로 운영된다. 전문가들은 “민간 클라우드에서는 삼중화 시스템이 표준이지만, 정부 시스템은 서비스 간 연계 복잡성과 예산, 정책적 불확실성 등으로 빠른 도입이 미뤄졌다”고 분석한다.
정부가 2022년 말 민간 데이터센터(카카오 사태) 이후 재난복구체계(이중화) 모델 확정 및 시범사업에 착수했지만, 예산 투자 시점이 늦어졌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중화 예산 집행이 앞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 행정안전부 측은 “복수의 재난복구 모델을 연구·선정해 비용 낭비를 최소화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향후 4주간 96개 시스템은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전화, 방문 등 대체 창구를 활용해 동일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특히 고향사랑기부제, 금융 서비스 등은 직접적인 피해는 없으나 일부 불편함이 따르고, 국민 민원이 제기될 경우 즉시 보완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공공 전산 인프라의 노후화와 백업 시스템의 미비가 반복 안전사고의 뿌리”라며, 표준화된 재난복구 시스템과 엄격한 설비 교체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산업계는 이번 사태가 실제 국가 IT/바이오 인프라 관리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