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바다 신화”...최수종, 민어 한 상에 흐른 인심과 여름→섬마을 보양의 울림
바람이 휘감아 도는 여름 포구, 최수종은 ‘한국인의 밥상’에서 민어와 농어, 갯장어가 담긴 섬마을 밥상 위를 걸었다. 새벽 파도와 함께 시작한 어부의 긴 하루, 손끝에서 탄생한 보양식에는 계절을 견디는 지혜와 가족을 지키려는 진심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흩날리는 안개 속을 깨우는 갯마을의 인심, 해풍과 햇살을 머금은 식탁 한가득에 담긴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오랜 시간 이어온 삶의 서사였다.
전라남도 신안의 작은 신도에서는 민어잡이가 한창이었다. 이만숙 어부와 누나들은 새벽바다에서 퍼 올린 민어로 잔치를 차렸다. 민어뱃살과 전, 찬찬히 고아낸 민어탕에 담긴 풍미는 뭍사람의 여름피로를 잠재웠다. 제철 민어가 품은 진한 맛과 싱그러운 힘, 섬 이웃들이 나눠 가진 밥상은 더위를 이겨내는 공동체의 약속이자 지난 세월 지켜온 연대의 풍경을 완성했다.

강화도 초지항에선 농어를 쫓는 형제 어부 황보연, 황수연, 황호숙이 바다와 함께한 반세월을 건넸다. 고요한 항구에서 힘을 겨뤄 건져 올린 농어 한 마리, 이를 길러 만든 숙회와 곰국, 애틋한 손길로 빚은 약주는 형제간 정과 바다의 근심을 함께 지웠다. 갯마을 식탁에는 장어구이와 인삼 농어탕, 그리고 여름의 바람 같은 우애가 번져나갔다.
경기도 용인에 차려진 수랏상 위에는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리는 별잡탕과 삼합초, 어채가 조상들의 숨결과 어우러졌다. 삼면 바다의 해산물이 녹아든 음식마다 면역과 온기를 전하던 지혜가 녹아들었다. 그 맛은 오늘의 밥상에서도 세대를 잇는 건강과 축복의 의미를 새롭게 전했다.
경상남도 고성 장터의 갯장어는 이재득 선장과 아버지의 손에 다시 태어났다. 바람과 물살을 다스리며 이어온 4대 어업의 기록, 갓 잡은 갯장어는 얼음물에 담가 살을 연마하고, 회와 곰국, 샤부샤부, 장어구이로 이웃과 가족에게 힘을 보탰다. 부드럽고 깊은 갯장어 요리 위에 펼쳐진 것은 오랜 바다의 기억, 사랑을 품은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와 감사였다.
여름바다가 전한 보양은 단지 한 그릇의 식사에 머물지 않았다. 뱃사람의 굵은 손과 이마에 드리운 자국, 서로에게 건네는 미소와 추억 한 자락이 어우러졌다. 도시의 지친 하루 끝, 섬과 바다의 밥상에서 사람들은 다시 온기를 얻고 내일을 향한 기운을 채웠다.
‘한국인의 밥상’은 7월 24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시청자와 함께 이 다정한 바다의 선물로 여름을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