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보건부 신설 촉구”…공공의대 증설 우려→보건의료정책 재편 분석
대한의사협회는 4일, 보건복지부 내에서 보건정책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 ‘보건부’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부의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의료 전문가의 목소리가 주문처럼 반복되고 있으나, 기존 의사결정 체계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냉철한 현장 분석이 바탕에 깔렸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정책 공약이 내포한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증설 방안에는 의료 현장과 교육 체계의 내실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우려와 함께, 한국 의료 거버넌스의 근본적 재편 논의가 전면화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보건의료 고유의 전문성과 정책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보건행정의 물리적, 조직적 분리가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현 보건복지부 체계 아래서는 공공성과 경제성이 갈등을 빚으며, 의료 전문가의 의견이 체계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현 구조는 보험 수가 인상에 대한 공급자와 가입자·공익대표 간의 비대칭적 표결로 이어지고 있으며, 전문가 집단의 실질적 참여와 균형 잡힌 논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3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보건의료정책 집행 과정에서 정책결정에 대한 현장 전문가 참여율은 20% 미만에 머물러, 선진국 평균(약 60%)과 괴리가 크다는 점이 드러났다.

특히 공공의대 신설 및 정원 확대에 대해 의협은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단순히 정원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의학 교육의 질적 관리 및 수련인력의 효율적인 배분이 더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가 중점적으로 제기됐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신규 의대 신설은 최소 10년의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지속적 교육 인프라와 부속병원 유지에 막대한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서남대학교 의대 사례처럼 부속병원 유지는 의학 교육 지속성의 핵심 변수”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의협은 현행 의대 정원 일부를 공공의대에 배정하는 방안 및 지역·필수의료에 특화된 국가책임 수련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의협의 정책 제안은 지역 의사 인력 수급의 불균형,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기피 현상 등 다양한 구조적 난제에 대한 해결책으로도 분석된다. 이들은 교육의 질 관리와 정부의 재정적 지원, 맞춤형 수가체계, 지역근무 수당 등 인센티브 마련과 더불어, 촘촘한 응급의료망과 의료보호 법제화 등 다각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의료 소송 위험에 대한 체계적 경감과 효율적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임을 언급하며, 의료계와 정부, 사회가 함께 장기적 안목에서 정책을 설계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 등 새로운 거버넌스 실험이 성공하려면, 현장 전문가의 주도권과 실질적 의견 반영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배심원 제도를 사례로 든 의협의 문제제기는 정책 결정구조에 대한 사회적 토론의 문을 넓히고 있다. 보건의료의 내일을 가르는 현장의 요구가 표면화된 지금, IT·바이오 기술혁신과 더불어 의료정책 리더십의 재구성이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