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연화지, 시원한 부항댐”…김천에서 느끼는 여름의 쉼표
요즘 김천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한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도시였지만, 여름 햇살과 함께 숨겨진 매력을 찾아 나서는 발걸음이 이어진다. 사소한 산책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호흡과 바람, 그리고 잊고 지냈던 평화가 깃든다.
김천의 연화지는 오롯이 시간을 멈춘 듯한 저수지다. 오후의 와닿는 기온이 35도를 훌쩍 넘는 날에도, 수면 위를 스치는 서북서풍은 잠시나마 더위를 날려준다. 해 질 녘, 그 연못에 노을이 내려앉으면 평범한 하루가 사진 속 한 장면으로 남는다. 나무 그림자가 흩어진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은 “자연이 내 곁에 있다는 걸, 이곳에 오면 새삼 느낀다”고 고백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관광객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SNS엔 연화지 인증샷이 연이어 올라온다. 김천시청 자료에 따르면 계절마다 방문객 패턴이 달라지지만, 특히 무더운 여름철 시원한 자연 속 쉼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연화지 옆 사명대사공원 역시 특별하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된 이곳에서는 평화의탑이 일상의 상징처럼 서 있고, 건강문화원과 한복체험관, 박물관이 도시의 시간을 품고 있다. “잘 정돈된 숲길을 따라 소리 없이 걷다 보면, 내 마음마저 고요해지는 듯했다”는 한 방문자의 목소리엔 이 공간의 정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직지문화공원도 빼놓을 수 없다. 계곡물과 수목, 그리고 곳곳의 조각 작품이 만들어내는 ‘여유로움’은 도심에서 보기 힘든 경험이다. 바람결 따라 변화하는 숲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레 일상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단연 인기의 하이라이트는 부항댐출렁다리다. 댐 위에 길게 놓인 여정, 그리고 그곳에서 내려다본 푸른 물줄기와 산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탁 트이게 한다. “오가는 동안 느껴지는 미세한 흔들림이 낯설었지만, 그 한가운데서 세상과 연결돼 있다는 걸 느꼈다”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연화지 노을은 사진으로 담아도 실물이 더 아름답다”, “부항댐 다리 위의 바람은 도시에서 느끼지 못한 감각”이라며, 자연과 일상 사이에서 발견한 소소한 행복을 공유한다.
김천의 풍경은 단지 나들이의 목적지가 아니다. 익숙한 듯 낯선 자연, 그 속에서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다. 드넓게 펼쳐진 물줄기가 주는 청량함, 발끝에 머무는 바람 한 줄기가 지친 마음을 어루만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