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뽀빠이의 눈물”…심장병 어린이 기적 뒤 소문에 쓰러진 영웅→봄날 기다린 사연
화사한 조명 아래에서 유독 따뜻한 미소로 아이들을 맞이하던 이상용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된다. 그러나 밝은 무대 뒤, 한번에 닥친 오해와 고통이 그의 평범한 일상과 마음까지 깊게 흔들었다. ‘영원한 뽀빠이’의 별명을 남긴 이상용이 걸어온 길 위에는, 누구보다 강인한 품성과 흔들리지 않는 진심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이상용은 1970년대 중반 어린이들의 희망이자 우상이었다. '모이자 노래하자'로 이름을 알리며 묵묵히 아이 곁에 머물렀다. 그런 그가 가장 빛났던 순간은 바로 심장병으로 고통받는 아이의 가족을 위해 자신의 전셋집 사정도 뒤로한 채 1800만원을 선뜻 내놓은 장면이다. 명동 야간 업소에서 미리 받은 석 달치 봉급까지 보태며, 아이를 향한 마음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 진심이 소문이 되자 더 많은 어린이들이 그를 찾아왔고, 이상용은 고민 끝에 ‘한국어린이보호회’ 설립을 결심하며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오랜 시간, 전국 각지에서 찾는 심장병 어린이 한 명 한 명에게 수술비를 전하며 그 수는 600명에 이르렀다. 국민훈장 동백상, 가톨릭봉사대상까지 수상하게 된 순간에도, 그의 영웅담 뒤에서는 현재진행형의 사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1996년 가을, 색 바랜 소문이 번지며 모든 것이 무너졌다. 심장병 어린이 수술 기금 횡령 의혹이 불거지자, 이상용은 하루아침에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홀로 견뎌야 했다. 출연 금지, 차가운 여론, 속수무책인 오해 앞에 단 한 줄의 힘도 남기 쉽지 않았다. 3개월 만에 내려진 무죄 판결에도, 그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진 채 마음은 가라앉았고, 결국 한 지인의 조언에 이끌려 봄과 희망을 찾아 미국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하루에도 13시간씩 관광버스 안내원으로 지내야 했던 그의 고달픈 삶에는, 한때 손 내밀던 아이들을 떠올리며 다시는 남을 돕지 않겠다는 결심까지 스며들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본질을 잊지 않았던 이상용의 상처는 최근 교양 프로그램 ‘스타다큐 마이웨이’를 통해 다시 조명됐다. 함께 출연한 ROTC 후배 김홍신 작가는 “심장병 어린이들을 돕던 영웅이 모함에 휘말렸다”며 동료의 아픔을 토닥였다. 세월을 타고 스며든 상흔이 어렴풋한 미소와 눈물로 번지면서도, 이상용은 여전히 시간의 벽을 넘어 서서히 다가오는 온기를 받아들였다.
단단한 의지와 깊어진 마음이 재확인된 무대에서, 그가 남긴 믿음과 진실은 시청자들에게 각별한 울림을 남겼다. 눈물과 미소가 교차하는 그 자리에서, 여전히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뜻밖의 시련조차도 결국 봄날의 희망으로 번져갔다. 이상용의 여정을 담은 ‘스타다큐 마이웨이’는 특별한 의미의 시간을 되짚으며 시대의 영웅이 마음에 품은 용기와 슬픔, 결국 되돌아온 봄빛을 조명했다. 한편,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23년 진한 감정의 서사와 함께 방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