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인·키썸, 4강 더비”...골 때리는 그녀들, 우정 깨는 결승행 갈림길→승부욕 활활
환하게 웃던 두 선수의 미소 이면에 웅크렸던 뜨거운 승부욕이, 오늘 밤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마침내 정면으로 맞선다. 오랜 우정과 커플 아이템을 나누던 시절도 잠시, ‘FC원더우먼’ 정혜인과 ‘FC액셔니스타’ 키썸은 결승행 티켓을 눈앞에 두고 서늘한 신경전으로 맞부딪혔다. 국가대표 시절 나란히 유니폼을 입던 순간이 야속하리만치, 두 선수는 이제 가장 치열한 적이 됐다.
프레스룸 가득했던 긴장감 속에서 정혜인은 특유의 여유로운 웃음으로 “FC액셔니스타가 어떤 팀인지 보고 배우라”며 도발의 화살을 날렸고, 키썸은 눈빛으로만 맞받았다. 결승이라는 영광 앞에서 우정과 자존심, 그리고 각자의 꿈이 그라운드에 교차했다. 무엇보다 이근호 감독의 하이 프레싱 전술과 함께 ‘FC액셔니스타’ 공격진의 날카로운 움직임이 경합의 새로운 변수가 됐다. 정혜인, 박지안의 날선 압박과 대인 마크는 지난 한일전, G-스타매치에서 이미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골키퍼 이주연의 하차로 느슨해질 듯했던 골문에는 다시 원조 수문장 이채영이 복귀해 수비라인에도 단단한 힘이 실렸다. 완전체로 돌아온 ‘액셔니스타’는 저마다 강호로 꼽히는 ‘원더우먼’을 결승행 최대의 고비로 삼아 맞붙는다. 한편 마시마 감독은 “내가 약속했기 때문에 우린 결승전에 간다”며 새로운 강호 ‘FC원더우먼’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혜인은 노련미와 침착함으로 팀의 전통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경기가 치러질수록 그라운드의 공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이날 하석주 위원장이 직접 감독들을 불러 K리그 퀸컵 진출 소식을 전하는 뜻밖의 순간도 포착됐다. FC국대패밀리 백지훈 감독 역시 “이미 방법을 생각 중”이라고 언급해 승부의 향방에 궁금증을 더했다.
결국 우정도, 웃음도 잠시 접은 승부의 시간. 영광을 향한 질주는 오늘(23일) 밤 9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베일을 벗는다. 축구 팬들의 눈과 마음은 다시 한 번 이 운명의 밤을 향해 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