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압도 속 유일한 균열”…국립소록도병원 투표소, 김문수 높은 지지→격차 줄어든 변화
유구한 세월의 상처가 남은 소록도는 또다시 전국의 관심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전남 전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가운데, 유일하게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앞선 지역이 바로 전남 고흥군 도양읍 4투표소였다. 지난 3일 대선에서 두 후보의 표차는 불과 10표 남짓, 희미하게 흔들리는 정치 지형을 드러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에 따르면, 해당 투표소에서 김문수 후보는 49.4퍼센트의 득표율로 이 대통령(45.2퍼센트)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이 투표소는 답답할 정도로 넘실대는 민주당 지지의 바다에서 홀로 선 듯 보수의 깃발이 힘차게 휘날리는 곳이다. 소록도병원, 한센인의 고단한 역사가 깃든 곳에서 이어지는 전통적 표심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소록도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이래, 소록도 유권자들은 대선 때마다 보수 성향에 무게를 실어왔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3년 병원을 방문해 한센인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대통령실은 2024년 설 선물상자에 한센인 환자 미술 작품을 담으며 이곳에 온기를 더했다.
하지만 맹렬했던 표차가 이번에는 사뭇 달라졌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58.3퍼센트로 이재명 후보를 크게 따돌렸지만, 이번엔 이 대통령과 김문수 후보가 불과 10표, 4.2퍼센트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이 변화는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감지된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소록도를 찾아 정성스러운 메시지를 전하고, 지역사회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방명록에는 “아픈 시간을 견뎌온 삶의 자리, 그 용기와 사랑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적으며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광주·전남 일원의 격렬한 민주당 지지 흐름 속에서 유일하게 김문수 후보가 앞선 이 투표소의 결과에 정치권과 여론의 이목이 쏠린다. 변화한 표심의 온도와 파장은 지역사회 구도와 향후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회와 각 정당은 이러한 민심의 미세한 움직임에 주목하며 다음 선거 국면에서 보다 세심한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