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개입 의혹 청문회 맹탕 우려”…한덕수·조희대 등 증인 줄줄이 불출석
여야가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진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앞두고 검찰 기소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법관, 법원장 등 다수의 핵심 증인들이 줄줄이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국회의 진상 규명 시도가 사실상 무산될 상황에 처했다.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및 관계자에 따르면, 한덕수 전 총리는 법사위에 제출한 ‘증인 불출석 사유서’에서 “2025년 9월 30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제1회 공판기일에 피고(인)으로서 참석해야 하는 일정이 있다”며 “이런 이유로 청문회 참석이 어렵다”고 전했다. 한 전 총리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위증 등 혐의로 기소돼,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첫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법사위는 앞서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계획서와 출석 증인·참고인 명단을 의결한 바 있다. 문제의 청문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예외적으로 신속히 전합 회부·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던 지난 5월 결정 배경을 따지며,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 수장들에게 구체 해명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추진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의 비공개 회동설 등 추가 의혹까지 거론하면서, 사법부의 정치 중립성을 둘러싼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을 비롯해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한덕수 전 총리,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의 재판장인 지귀연 판사, 오민석 서울중앙지법원장 등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과 주요 대법관, 지귀연 부장판사, 오민석 법원장 등은 지난 26일 일제히 국회에 불출석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이날 한덕수 전 총리까지 불참을 명확히 하면서, 사실상 당초 증인 전원에 가까운 불출석 사태가 현실화됐다.
여야 간 대립도 극심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부의 재판 신속 결정에 정치적 배경이 없었는지 국민적 의혹이 크다”며 청문회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명확한 증거 없이 사법부를 정쟁 도구로 삼으려 한다”며 강력 반발하는 기류다. 정치적 파장은 커지고 있지만 핵심 증인들 대부분의 불출석으로 실효성 없는 청문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주요 증언이 빠진 가운데 청문회가 개최된다 해도 실질적 규명에는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국회는 30일 예정된 법사위 청문회를 통해 추가 자료 및 증언 확보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