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설진, 절제의 미학으로 스크린을 물들이다”…봄밤에서 무용가의 깊이→관객 마음을 움직이다
무용수로 쌓아온 깊은 내면과 움직임의 미학이 오늘, 영화 ‘봄밤’에서 김설진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로 태어났다. 데뷔 후 첫 장편 영화 주연을 맡은 김설진은 폐허 속 두 남녀의 사랑을 그려낸 이 작품에서 절제된 움직임과 감정으로 스크린을 물들였다. 절박함과 애달픔이 침묵과 몸짓에 깃들며, 극장엔 어느새 김설진 특유의 정적이고 진한 서사가 스며들었다.
‘봄밤’은 권여선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상처와 어둠을 안고 살아가는 영경과 수환이 죽음이라는 한계 앞에서 사랑을 품는 순간들을 깊고 묵직하게 담아냈다. 극 중 김설진은 중증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수환 역을 맡아 점차 파고드는 고통과 그 너머의 온기, 삶의 끈질긴 미련까지 절제된 연기로 구현해냈다. 몸의 자유를 잃어가는 캐릭터의 비극을 세밀하게 표현하면서, 단 한 장면에서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동작과 표정으로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시켰다. 김설진은 “봄밤은 반복 혹은 느림의 미학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품”이라는 말로 극의 미장센과 내면 변주의 뜻을 직접 전했다.

무대 위와 스크린을 넘나드는 김설진의 저력은 오래전부터 무용계에서 인정받아왔다. 그는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에서 활약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고, 현재 무버 예술감독으로 새로운 무용 안무를 이끌고 있다. 이번 ‘봄밤’에서는 극 전체의 안무도 직접 디자인해, 배우와 안무가의 경계를 초월한 예술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마이 데몬’, ‘빈센조’, ‘흑기사’, ‘세자가 사라졌다’, ‘스위트홈’, ‘도적: 칼의 소리’ 등 다양한 드라마와 넷플릭스 작품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주연배우로서 한층 더 깊고 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연인 영경 역을 맡은 한예리 또한 섬세한 내면 연기로 김설진과 함께 서사의 무게를 지탱했다. 두 배우는 절제된 슬픔과 미묘한 애정이 교차하는 장면마다, 긴 침묵과 작은 몸짓 하나까지 의미로 채우며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이끌었다. 실제로 ‘봄밤’은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 선정 및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예술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절제와 애절함이 조화를 이루는 이 영화는 아름답고도 고통스러운 생의 한 장면을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남긴다. 김설진의 첫 스크린 주연작 ‘봄밤’은 전국 극장에서 오늘부터 관객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