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바이낸스 소송 철회…트럼프 일가와 협력 강화→가상화폐 규제 지형 요동”
워싱턴 D.C.의 회색빛 새벽, 국회의사당 너머로 희미하게 번지는 빛은 마치 긴 겨울이 끝나고 맞이한 새로운 계절의 전령 같다. 오랜 시간 짙은 그림자 속에 머물던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간의 소송전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29일, 워싱턴 연방법원에는 이역만리 디지털 자산 시장을 흔들어온 소송 취하서가 제출됐다. 미국 가상화폐 산업을 짓누르던 규제의 그림자는, 차가운 서류 한 장으로 새로운 긴장의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2023년 6월, SEC가 촉발한 소송은 모두 13건의 증권법 위반 혐의에서 비롯됐다. 미국 사용자 대상 무허가 영업, 거래량 조작, 고객 자금의 부적절 운용 등 그 사유는 무겁고도 날카로웠다. 2년에 걸친 팽팽한 법적 줄다리기 끝에 SEC가 한 발 물러서자, 규제 위험에 휩싸였던 바이낸스는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마치 겨울 끝자락의 얼음이 조금씩 녹아드는 풍경처럼, 미국 내 가상화폐 시장에도 해빙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이 승리는 단순한 소송 종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은 이미 43억 달러의 벌금에 합의해 형사 처벌 위기를 모면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정책적 기조가 ‘협력’으로 선회하면서, 규제와 산업 간 긴장 관계는 이전과 달라진 궤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트럼프 일가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기업 ‘월드 리버티’가 내놓은 스테이블코인 ‘USD1’에 바이낸스가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MGX’와 손잡아 2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투자금 대부분은 ‘USD1’ 스테이블코인으로 집행되었으며, 수익의 75%가 트럼프 일가로 흘러가는 구조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시장에서는 SEC의 소송 철회를 바이낸스와 트럼프 일가 사이의 급속한 연대, 그리고 바이낸스의 미국 정치권과의 우호적 시그널과 결부지어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바이낸스는 “가상화폐 업계의 큰 승리”라는 메시지와 함께 SEC 폴 앳킨스 위원장,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달아 감사를 올렸다. 이는 가상자산 산업과 미국 정치권 사이의 새로운 역학, 그리고 규제 완화에의 기대감이 곧장 시장 심리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바이낸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 일가와의 협업 강화, 파키스탄 시장 진출 등 글로벌 확장에도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해빙 무드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테이블코인이나 신규 서비스 확장 단계마다 예기치 못한 규제 리스크가 잠복해 있다는 지적이다. 2023년 미 대선 직후 바이낸스가 트럼프 캠프에 사업적 제안을 내밀었다는 보도가 흘러나온 이래, 시장은 규제와 사업의 경계에서 흔들리고 있다.
현재 시장은 바이낸스가 일궈낸 소송 종결의 상징성, 그리고 트럼프 일가·아랍 국부펀드와의 새로운 금융 동맹이 앞으로 미국 대선, 글로벌 투자자금 흐름, 추가 당국 조치와 맞물려 어떻게 변주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미래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지만, 변화와 균열의 조짐은 여전히 시장 구석구석에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