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지켜낸 의지”…클리블랜드, 트럼프 복원 요구→팀명 변경 거부에 선 그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논란의 한복판에서 팀을 대표하는 상징, 그리고 수년간 쌓아온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더욱 굳건해진 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로 돌아가라’는 요구에도, 4년 전 팬들과 사회 변화를 고려해 선택한 ‘가디언스’라는 이름은 가벼이 흔들리지 않았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구단은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팀명 복원 요청을 일축했다. 크리스 안토네티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은 “구단명을 다시 바꾸는 것은 우리가 추진하거나 많은 관심을 두는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이미 자리잡은 현재의 브랜드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사안은 트럼프가 트루스 소셜을 통해 클리블랜드와 워싱턴 커맨더스의 ‘옛 팀명 복원’ 요구를 공식화하면서 촉발됐다. 그는 “우리의 위대한 인디언 민족이 이를 원한다”며 구단들이 과거 명칭을 다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사회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인종 차별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으며, 클리블랜드 역시 붉은 인디언 얼굴을 형상화한 로고를 이미 퇴출한 바 있다.
USA투데이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클리블랜드가 디엔에이로 삼아온 전통 대신 시대 변화를 택했고, 이를 되돌릴 생각이 없다”고 해석했다. 팀명 변경의 배경에는 소수 인종에 대한 존중, 그리고 스포츠계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되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클리블랜드는 현재의 팀명을 지키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 반면 원주민 협회와 시민 단체들은 “과거 원주민을 조롱하거나 오락의 수단으로 삼았던 역사를 되풀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탠드 밖에서는 팬들 역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원로 팬들 사이에서는 옛 ‘인디언스’ 시절에 대한 추억도 이어지지만, 변화와 존중의 의미를 새긴 젊은 세대는 가디언스의 새 희망을 응원하고 있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가 내세운 변함없는 의지는 결국 스포츠가 누군가의 상처를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세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미 메이저리그의 또 다른 격동, 그리고 구장 밖에서 쌓아가는 상징의 무게는 한여름 비 내리는 현장에서도 깊은 화두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