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A 전략 내재화”…보령, 오리지널 의약품 생산전환 가속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은 글로벌 오리지널 의약품의 내재화 전략이 국내 제약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보령이 일라이 릴리로부터 인수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자사 생산 전환을 완료하며, 자체 제조경쟁력과 글로벌 진출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고 나섰다. 업계는 이번 사례를 오리지널 의약품 사업의 ‘내재화 경쟁’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보령은 최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알림타’(페메트렉시드)를 포함해 3종 글로벌 오리지널 의약품의 자사 생산 전환을 마쳤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 항암제 ‘젬자’(젬시타빈)와 2021년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올란자핀) 국내 권리를 순차적으로 일라이 릴리에서 인수한 데 이어, 이들 품목에 대한 생산 및 품질 동등성 검증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기술이전과 EMA(유럽의약품청) 허가용 EU-GMP 인증 등 글로벌 품질 요건을 충족하며 2024년 상반기 기준 전 제품의 예산캠퍼스 생산을 완료했다.

보령의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은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약물 권리 취득 후 처방 연속성, 국내 공급망 안정성, 자사 R&D·제형 개선까지 전방위 역량 극대화가 특징이다. 특히 기존 동결건조 제형 대비 주사액 등 환자 활용성을 높인 새로운 제형 출시로, 약물 편의성과 시장 수요 모두를 충족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알림타 액상주, 젬자 액상제 등은 투약 조제단계 편의성 및 안전성을 개선하며, 시장 전체 처방액 비중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시장성과 측면에서도 인수 품목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젬자의 연간 처방액은 2020년 인수 당시 143억원에서 2023년 29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고, 자이프렉사와 알림타 역시 각각 167억, 269억원 등 안정적 외형 확대를 달성했다. 의약품 위탁생산(CDMO) 부문에서도 지난해 대만 로터스와 오리지널 항암제 수탁계약을 체결, 내년부터 본격 글로벌 시장 공급도 계획 중이다.
국내외 비교에서도 보령의 전략은 차별화된다. 다국적 제약 산업이 신약개발·마케팅 집중 구조로 변화하는 가운데, LBA 모델은 ‘인수-내재화-확장’ 방식으로 제조 경쟁력, R&D 역량, 글로벌 인증 요건의 동시 충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EMA EU-GMP 획득 등 까다로운 유럽 기준을 충족한 점은 국내 CDMO 산업 전반에 긍정적 파급력을 가져올 개연성이 있다.
한편 정책·규제 측면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 기술이전 및 품질동등성 검증이 자사 생산전환의 핵심 난관으로 꼽힌다. 보령은 품질·인증 절차와 국내외 규제 대응, 그리고 실사용 데이터를 토대로 업계 표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제 개선·데이터 보호 등 새로운 제형 고도화 R&D 역시 향후 산업 생태계 변화의 주요 요인이 될 전망이다.
보령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글로벌 오리지널 품목의 내재화 및 CDMO 확장이 국내 의약품 수급 안정은 물론, 수출형 바이오 경쟁력의 핵심 동력일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기술과 전략이 실질적인 산업구조 변혁을 이끌 수 있을지, 제도·윤리적 과제와 함께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