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연평균 7.7% 증액시 2035년 GDP 3.5% 도달”…이재명, 군사비 대폭 인상 시사
국방비 증액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과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적 강경 행보가 재점화됐다. 미국이 동맹국에 요구하는 국방비 수준과 증액 속도를 두고, 한국의 국방예산 증액 계획이 다시 정국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새로운 예산안과 성장률 전망치에 따라 정부의 계산에 힘이 실리자, 정치권과 국방 당국 모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국방부는 2일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발표하며 국방비가 올해 대비 8.2% 증가한 66조2천947억원으로 편성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이후 7년 만에 최대폭 증액으로, 정권 차원의 방위력 강화 의지가 예산에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국방비를 증액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이 내년 예산안에 직접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방부가 마련한 '2025∼2029년 국방중기계획'에서는 매년 국방예산을 7∼8%씩 높여 2029년 84조7천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 계획과 맞물려 내년 이후 명목 GDP 성장률을 3.4%로 가정하고 국방비를 매년 7.7%씩 높일 경우, 2035년에는 국방비가 128조4천억원에 달하고 GDP 대비 국방예산 비중도 3.5%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과 일본 등에 요구한 ‘GDP 대비 3.5%’와 동일한 수준이다. 실제로 나토는 2035년까지 회원국 국방비를 GDP의 3.5%로 확대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며, 일본 역시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를 받고 있다. 한국 정부도 국방예산 확대를 매년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하고 있으나, 최근 5년간 실질 연평균 인상률은 4.1%에 머물렀다.
한편,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미국과의 합의’ 보도에 대해 “협의가 최종 종결된 사안이 아니기에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방비를 (GDP의) 3.5% 정도까지는 증액해야 한다는 논의는 그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현 단계에선 수치와 시점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여야 정치권 역시 정부의 강력한 국방비 인상 기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권 여당은 대외 안보 환경의 급변을 이유로 '동맹 맞춤형 국방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일부 야당과 전문가들은 국가 재정 부담과 최근 국가채무 비율 상승 등을 거론하며 정확한 중기 재정 계획과 국제정세 변화 고려가 병행돼야 한다는 반론을 내고 있다.
정치권은 내년도 국방예산안 심사와 국방중기계획의 현실화 여부를 둘러싸고 다시 한번 치열한 논쟁에 들어갈 전망이다. 국방부는 “재정부담, 대내외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미국 측과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