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이만기, 초록 품은 걷기”…서울 동작·관악의 사람들 속→삶의 깊은 온기와 질문
섭씨가 오르는 계절, ‘동네 한 바퀴’ 이만기는 서울 동작구와 관악구의 낯익은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 북적이는 샤로수길을 지나 청년 요리사 진영 씨의 파 한 그루로 차려낸 한식 테이블 앞에 멈춰서면, 소박한 식재료가 하루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을 목격한다. 바삐 오가는 거리엔 오롯이 한 사람의 애정이 깃든 빵 향기가 넘쳐 흐른다. 도희 씨와 우찬 씨가 달걀과 버터 없이 오직 쌀로 빚어낸 비건 쌀빵집에서는, 삶을 다시 쓰는 부부의 따뜻한 새벽과 정직한 노력이 조용한 혁명의 온기로 번진다.
서울의 남쪽, 보라매공원에는 10번째 해를 맞은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한창이다. 싱그러운 조경학도의 실험, 골목 어귀에서 구출한 식물로 꾸민 작은 숲, 시민의 한 뼘 정원이 만들어내는 초록물결이 도시의 호흡처럼 번져간다. 사람과 식물, 그 사이를 이만기가 차분히 거닐며 정원의 다채로운 품에서 쉼과 영감을 나눈다.

변화한 도림천 수변공원에도 이만기의 걸음이 닿았다. 과거 판자촌의 흔적은 사라지고, 맑게 흐르는 물길과 테라스가 시민들의 새로운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이제 도림천은 반려견과의 산책, 신원시장의 소박한 먹거리, 피크닉과 같은 일상의 소중한 장면을 담아낸다.
한복을 입은 반려동물로 가득한 작은 공방에서는 이민영 씨가 손끝으로 사랑을 재단한다. 슬픔을 견딘 시간 끝에 초롬이라는 반려견과 맞이한 장인정신, 견고한 마음이 작품마다 얹혀 있다. 신원시장의 팥칼국수 가게에서 오양택 씨는 매일 두 번 팥을 거르고, 직접 빚은 새알심으로 삶의 의미를 쌓아간다. 정성과 성실함이 어우러진 팥칼국수에서 손님들은 계절의 위로와 한 그릇의 평안을 받는다.
이런 골목의 시간들 속, 87세 이발사 최병철 씨가 머리 손질에 담아 온 고집과 추억, 그리고 곁을 지킨 아내에 대한 애틋한 시선이 오롯이 전해진다. 변화의 물결 앞에서도 뿌리내린 채 정겹게 남아 있는 이들의 삶에서, ‘동네 한 바퀴’는 지키는 것의 의미와 계절보다 오래 남는 온기를 발견한다.
초록의 물결이 다시 살아나는 여름, 이만기는 묻는다. 각자 인생의 골목에서 피어나는 무수한 푸르름 속, 오늘 우리의 삶은 얼마나 생명이 넘치고 온기가 깃든지. ‘동네 한 바퀴’ 324회는 ‘초록빛 정원 도시를 걷다–서울특별시 동작, 관악구’ 편으로 6월 14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시청자와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