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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의 해, 스페이스워크의 밤”…포항에서 시작되는 감성 여행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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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의 해, 스페이스워크의 밤”…포항에서 시작되는 감성 여행의 변화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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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절경보다 감정, 관광지만큼 일상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더 눈여겨본다. 그렇게 어느새 포항에도 ‘머물며 느끼려는’ 여행자들이 하나둘 늘었다. 예전엔 산업과 철강의 도시로만 여겨졌지만, 지금은 포항만의 바다와 문화가 일상의 감성을 깨우는 여행지가 됐다.

 

요즘은 호미곶 해맞이광장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바다로 향하는 이들이 많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이곳의 상생의 손 조형물 앞에서, 누군가는 오랜 소망을 비추기도 한다. SNS에는 “이 순간만큼은 나도 새로워진다”는 인증샷이 이어진다. 도심 근처 영일대해수욕장은 얕은 수심과 서늘한 바닷바람, 그리고 바다 위를 걷는 영일정 덕분에 가족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특히 아이들과 모래사장을 걷는 저녁의 풍경이 평범한 여행에도 특별한 색감을 더한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출처: 한국관광공사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보인다. 최근 포항시 관광객 통계에 따르면, 자연과 체험이 어우러진 복합 여행 코스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증가하는 중이다. 죽도시장에서는 신선한 물회와 해산물이 여름내 여행자의 줄을 세운다. 평소 미식 여행을 즐긴다는 대학생 김다현 씨(26)는 “시장에서 먹는 한 그릇의 물회가 여행의 피로를 다 잊게 했다”고 표현했다.

 

특히 스페이스워크의 인기는 눈에 띈다. 환호공원 내부에 세워진 거대한 랜드마크형 구조물 위를 걸으며 낮에는 확 트인 포항 바다, 밤이면 도심의 불빛이 쏟아지는 전경을 동시에 만날 수 있기 때문. 한 여행 전문가는 “포항의 바다와 도시를 동시에 경험하게 하는 공간이 생기면서 젊은 층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포항 여행의 본질은 자연과 도시의 경계에서 느끼는 리듬에 있다”고 해석했다.

 

이가리닻전망대에선 세찬 바닷바람과 함께 독특한 닻 모양의 건축이 색다른 감성을 전한다. 기암괴석과 푸른 해안선이 어우러진 곳. 여행 후기 커뮤니티에서도 “그 바다 냄새와 소리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 “도시의 피로가 스르르 풀렸다”는 공감이 이어진다. 포항의 변화에 대해선 “언젠가 철강소 Ung의 소리만 들렸던 도시에서, 이제는 바다가 주는 위로를 더 찾게 됐다”는 지역민의 고백도 곁들여졌다.

 

지금의 포항은 일출 장관부터 미식, 그리고 참여형 아트까지, 여행의 안목을 한층 넓히는 장소로 주목받는다. 산책하듯 느려도 괜찮고, 바람에 기대어 잠시 멈추어도 좋은 곳.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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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호미곶#스페이스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