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 다시 쓴 눈물”…안세영, 천위페이에 무너진 2연패→새 각오 다져
이른 아침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선 안세영의 표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한때 누구보다 완벽한 질주를 보였던 시절, 팬들이 그려온 황금빛 2연패의 꿈은 이날 무거운 침묵과 함께 마무리됐다. 세계 정상의 무대에서 거둔 동메달은 아쉬움 속에서도 값진 성장의 기록으로 남았다.
2025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준결승, 안세영은 중국의 천위페이와 정면으로 맞섰다. 세계랭킹 4위의 상대 앞에서 1게임 초반 5연속 실점을 내주며 어렵게 출발했고, 이어진 2게임에서는 상대의 노련미에 밀려 경기 중반부터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안세영은 끝내 0-2로 패한 뒤, 결승 문턱에서 아쉽게 멈춰 섰다.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던 64강부터 8강까지의 행보와 달리, 천위페이의 완벽한 수비와 타이밍을 넘지 못한 것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전 경기 모두 2-0 완승을 거둬왔던 안세영에게도, 준결승의 벽은 높았다. 경기 후 안세영은 “저 자신을 믿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 고백하며, “실수에 대한 두려움에 많은 것을 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디펜딩 챔피언 특유의 심리적 압박도 적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안세영은 “경기는 즐거워야 하는데 결과에 집착했다”며 조심스럽게 마음을 털어놨다. 마냥 고개 숙인 것만은 아니었다. 앞으로의 보완점과 각오도 분명히 했다. 안세영은 “이 경험도 경기력을 쌓는 과정”이라 강조하며, “공격 스타일을 조금씩 보완해 가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의 목표는 이제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으로 향한다. 이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 경력이 뚜렷한 만큼, 다시 연속 우승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겠다는 의지가 넘쳤다. 안세영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더 완벽하게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환영 인사는 이어졌고, 잠시 멈춘 세계무대의 레이스 너머로 한층 단단해진 다짐이 묻어났다. 2026 아시안게임과 2028 올림픽을 향한 여정, 안세영의 새로운 출발점이 지금 이 순간임을 팬들은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