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틴과 오스만의 흔적”…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이스탄불 문화 산책
여행의 기준이 달라졌다. 누군가에겐 유명한 건물보다 그 안에 남은 시간과 공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요즘은 단순한 관광지만이 아니라, 한 도시의 깊이와 감정에 머무는 여행자가 많아졌다. 그만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스탄불은 다채로운 시선으로 다시 읽히는 도시가 됐다.
실제로 이스탄불을 찾는 이들의 SNS에는 아야 소피아의 웅장한 돔과 푸른 타일빛으로 반짝이는 블루 모스크, 골목마다 향기로 가득한 그랜드 바자르 인증 사진이 가득하다. 세계의 중심이었던 시간 속에서 지금도 새벽 예배의 종소리와 시장의 소음이 하루를 엮어간다.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공존의 장면이 감동적이었다”는 한 여행자의 고백처럼, 이스탄불의 매력은 복잡하게 얽힌 시대와 문화 그 자체에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여행 심층보고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튀르키예 및 이스탄불을 여행한 30~40대 여행객의 60%가 “오래된 유산과 생생한 생활 공간이 함께 있는 점”을 가장 인상적인 경험으로 꼽았다. 규모가 큰 관광지보다 자연스럽게 어울려진 동서양의 흔적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여행업계 관계자들도 “아야 소피아, 블루 모스크, 예레바탄 지하 궁전 등 주요 명소를 기점으로 시장과 거리까지 걷는 여행이 트렌드”라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공존의 미학’이라 부른다. 이스탄불처럼 여러 시대의 건축과 기억이 입체적으로 남은 도시에서는 ‘관람’이 아닌, ‘경험’이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는다. 여행 칼럼니스트 최수현 작가는 “여행은 공간이 아니라, 그곳에 스며든 수많은 이야기를 만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아야 소피아의 돔을 올려다보며 과거의 숨결을 느끼고, 시장의 북적임 속에서 현재의 리듬을 체험하는 것이 곧 이스탄불 여행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블루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기도 소리는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랜드 바자르 골목에서 흥정하며 마신 차 한 잔이 잊히지 않는다”는 경험담이 이어진다. 오랜 유산이 현재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이방인의 몽환’을 넘어, 익숙함 속에 묻힌 낯선 감정을 발견하곤 한다.
작고 사소한 여행의 선택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지난 시간과 오늘의 감각을 동시에 만난다.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걷는 이스탄불 — 삶의 방향은, 결국 이런 마주침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