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한국 신기록”…남자 400m 계주팀, 아시아선수권 제패→올림픽 희망 품다
서늘한 트랙 위로 첫 번째 주자가 달려 나가자, 관중석의 기대와 긴장감이 한데 어우러졌다. 앵커 이준혁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구미시민운동장에는 승리를 알리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한국 남자 400m 계주팀은 3주 만에 다시금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대회 사상 첫 금메달의 순간을 맞이했다.
2025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서민준, 나마디 조엘진, 이재성, 이준혁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38초49의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다. 이날 결승 무대에서 팀은 경쟁자 태국(38초78), 홍콩(39초10)을 잇달아 따돌리고 확고한 우승을 이뤘다. 3위로 골인한 중국팀이 실격 처리되며, 메달권 경쟁도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번 승리로 5월 11일 세계릴레이선수권 패자부활전에서 수립했던 종전 한국기록 38초51을 다시 0.02초 단축했다. 서민준이 빠른 출발로 흐름을 잡았고, 나마디 조엘진이 안정적인 바통터치로 기세를 이어갔다. 이어 이재성은 폭발적인 스피드로 승부의 추를 한국 쪽으로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이준혁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결승선을 돌파함으로써, 팀은 대회 신기록과 금메달을 동시에 손에 넣었다.
한국은 이 종목에서 과거 4차례 동메달에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그 아쉬움 너머,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첫 금메달의 벽을 허물었다. 무엇보다 1년 동안 세 차례나 국가 신기록을 경신하며, 세대교체의 힘을 실감하게 했다. 대표팀 주자들은 모두 100m 10초대 초반의 개인 최고기록을 자랑해, 새로운 에너지로 팀을 이끌고 있다.
팀의 맏형인 이준혁은 "계주는 모두가 함께 뛰는 싸움이다. 동료와 자극을 주고받고 나아가며, 기록을 계속 바꿔가고 있다. 국제무대마다 신기록에 계속 도전하겠다"고 했다. 서민준과 나마디 조엘진, 이재성 역시 각자의 성장을 더하며 주역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시아선수권 우승은 올림픽 진출에도 청신호가 되고 있다. 파리올림픽 진출 커트라인은 38초30, 2028년 LA올림픽을 겨냥한다면 최소 38초2대 돌파가 필요하다. 한국기록이 1년 만에 0.19초나 빨라진 만큼, 앞으로의 도전에서도 발전 가능성에 기대가 모아진다. 한국육상연맹 측도 고승환, 이시몬 등 새로운 조합 발굴과 전폭 지원을 표명했다.
서울올림픽 개최국 자격 이후 한 번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던 한국 남자 400m 계주팀. 2025년 세계선수권, 2026년 아시안게임, 2028년 LA올림픽이 차례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의 상승세, 세대교체 바람이 이어진다면 트랙 위에서 다시 한번 태극기가 펄럭이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남자 400m 계주팀은 오는 9월 일본 도쿄 세계선수권에서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고, 이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본선 진출을 목표로 쉼 없이 달려 나갈 예정이다. 경북 구미의 여름 트랙에 아로새긴 희망의 질주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