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소환”…윤 정부 'VIP 격노설' 수사 급물살

해병특별검사팀이 채상병 사건 수사 방해 의혹을 둘러싼 'VIP 격노설'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였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11일 소환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언급된 이른바 'VIP 격노설'을 심층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차장이 특검 3개팀을 통틀어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출석하게 됐다. 정치권과 대통령실, 국회 등 주요 주체들이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정국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8일 브리핑에서 "2023년 7월 31일 회의와 관련된 VIP 격노설에 대해,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불러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당시 보고·지시 내용뿐만 아니라 회의 이후 대통령실의 개입 정황까지 폭넓게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김 전 차장을 오는 11일 오후 3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직권남용 혐의를 중심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김태효 전 차장의 소환 조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외교안보 라인 핵심 임원 중 처음으로 이뤄지는 피의자 조사라는 점에서 정치권 파장이 크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냐"는 발언과 함께 격분, 이후 경찰 이첩 보류와 수사 방향 전환이 있었다는 의혹이다.

통화기록에 따르면 당시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7월 31일 오전 11시 54분경 대통령실 명의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직후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경찰 이첩 보류와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회의 참석자 명단은 명확하지 않으나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전 차장,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등이 해당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차장은 지난해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 "해당 회의에서 채상병 사건 관련 보고가 없었고, 윤 대통령의 격노나 격앙된 반응도 없었다"며 격노설 자체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 등 핵심 인물을 잇따라 조사하며 VIP 격노설의 실체를 추적하고 있다. 정 특검보는 "김계환 전 사령관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구체 진술 내용은 밝히기 어렵지만, 향후 추가 소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국회와 여권 내에서는 'VIP 격노설' 부인 기류가 강하게 나타나는 한편, 특검팀과 야권은 대통령실의 조직적 개입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격노를 박 대령에게 최초로 전달한 인물로 지목됐으나, 자신은 그런 발언을 한 적 없다고 맞서고 있다.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의 모해위증 혐의 고발 사건 또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이관받아 수사 방안을 검토하는 등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한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 배우자의 통신기록을 입수해 분석하고 있으며,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경위를 밝히기 위해 경찰 관계자도 참고인으로 조사 중이다.

정치권은 이번 소환 조사가 향후 특검 전체 방향성을 좌우할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관련 핵심 인물들에 대한 추가 수사와 함께, 국무회의-대통령실-군 지휘 라인 전반에 걸친 사실관계 규명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