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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릉이 2억건 시대”…서울 자전거도로 ‘미완의 연결’→안전·인프라 해법은
사회

“따릉이 2억건 시대”…서울 자전거도로 ‘미완의 연결’→안전·인프라 해법은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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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길 위에는 어느덧 2억 건의 ‘따릉이’ 자취가 쌓였다. 시민들은 자전거 바퀴에 하루를 싣고 출퇴근과 일상 이동을 반복한다. 그러나 도로 위 현실은 아직 완성에 닿지 못했다. 자전거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도, 도로 인프라는 시민들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보행자와 섞인 좁은 구간, 갑작스런 단절, 지도와는 다른 실제 환경이 매번 이용자들을 시험한다. 잦은 제약과 위험, 그리고 책임의 전가, 서울의 자전거 도로 한복판에서 시민과 제도 사이의 간극이 도처에 드러나고 있다.

 

따릉이 누적 이용 2억 회라는 수치는 새로운 도시 교통의 도래를 알린다. 그러나 서울시 자전거도로의 80퍼센트는 보행자와 겸용하거나 차량과 함께 나눠 쓰는 비전용 구간이다. 지난해에만 3000건이 넘는 자전거 교통사고가 났다. 취재진이 서초구 일대를 직접 주행했을 때에도, 기존 지도의 연결성은 곳곳에서 막혔고, 방치된 자전거와 보행자 혼잡에 방향을 잡기 어려웠다. 반포대로 한강공원 앞에서는 좁은 진입로와 뒤섞인 동선에 통행마저 포기해야 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앞 한강공원 입구는 폭이 좁고 혼잡해 자전거 통행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 뉴시스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앞 한강공원 입구는 폭이 좁고 혼잡해 자전거 통행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 뉴시스

특히 우회 안내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은 일상을 불편하게 만든다. 실제 이용자들은 “보행자와 충돌 위험이 높고, 만약 사고가 나면 책임이 모두 따릉이 이용자에게 돌아온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전체 자전거도로 1363킬로미터 중, 전용도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서초구 56개 노선 중 전용 노선이 9곳뿐이라는 현실도 중첩된 문제를 드러낸다. 시는 한강과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개선 방안을 순차적으로 마련하겠다 밝혔지만, 현장의 불안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정책과 예산은 어디쯤 와 있을까. 전체 도로 예산 8조원 중 자전거 관련 예산은 430억원에 머문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중심의 도로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재영 한국자전거정책연합 회장은 “자전거 인프라 예산과 정책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외 도시와의 격차만 커진다”고 했다. 실제로 코펜하겐은 서울보다 훨씬 작은 도시임에도 자전거도로가 546킬로미터에 달하며, 도로의 3분의 2가 비자동차 공간이다. 반면 서울은 20퍼센트에 머문다. 인식, 정책, 예산이 모두 달려 있다는 시사점이 나온다.

 

따릉이의 성공 뒤에는 자전거와 사람이 공존할 수 없는 도로 환경, 구조적 한계, 그리고 책임의 균형 없는 분배가 남아 있다.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이동권을 이야기하기 위해 서울은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 정책적 인식 전환, 예산의 우선순위 재조정 등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늘어나는 페달의 행렬 속, 서울은 다시 어떤 길을 내어줄 것인가.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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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릉이#서울시#자전거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