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넘어 기본권 보장 집중”…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서 사법 독립 강조
정치의 사법화 논란과 사법권 독립을 둘러싼 시선이 맞부딪치는 가운데,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석상에서 원칙과 신뢰를 앞세운 소신을 밝혔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상환 후보자는 "이념의 틀이 아니라 기본권 보장과 헌법 가치라는 헌법재판소의 사명에 기초해 헌법을 해석하겠다"고 거듭 강조하며 헌법재판의 본령을 분명히 했다.
김 후보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헌법은 국민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졌고, 이를 해석·적용할 때 국민의 신념과 실천을 떠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와 창의, 평등이라는 헌법 가치가 균형 잡힌 시각으로 구현돼야 한다"며, "공동체 구성원은 물론 미래 세대에게도 헌법정신이 통합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듭 논란이 되는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 문제에 대해 김 후보자는 "관련 우려의 목소리를 의식하겠다"며 "헌법재판소는 주권자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으며, 국민의 신뢰 없이 헌법재판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당한 외부 사정에 흔들림 없이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결정문 작성과 공개에 관한 국민 눈높이 비판에 대해 김 후보자는 "객관적 논증을 쉬운 말로 전달하겠다"며 "불필요한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합리적 소통을 통해 국민 신뢰를 쌓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과거 법원 판결문 및 헌재 결정문에 사용되는 법조계 용어의 난해함, 소통 미흡 문제에 시민 사회의 지적이 이어져 온 만큼, 김 후보자의 발언에 기대를 표하는 반응이 일각에서 이어지고 있다.
김상환 후보자는 1994년 부산지법 판사로 출발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판사 등 주요 보직을 거쳤으며, 법관 경력 30년에 이른다. 4년간 헌재 헌법연구관으로 근무한 경험도 갖고 있다. 청문회에서는 "헌법의 최고 규범성을 실감했고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의 중요성을 무겁게 인식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간 판결에 대한 비판과 평가에 대해서도 "긍정적 시선만큼 비판적 평가가 있음을 안다"며 "편견 없이 절실한 호소를 경청하고, 최종 판단 이유를 소상히 밝히려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비상계엄으로 인한 탄핵 국면에서 기대와 의문이 교차하는 가운데 헌법재판관들은 신중하고 치열하게 책무를 다했다"며 "국민이 평화적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주의 회복력을 입증하도록 토대를 마련했다"고도 평가했다.
이날 국회는 김상환 후보자의 사법철학 및 소통 의지를 놓고 여야 간 견해차를 드러냈다. 정치권은 헌법재판소의 향후 판단이 정국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며, 향후 임명 여부와 헌재 운영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