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이 잡는다”…칼소디주, 루게릭병 치료 새 전기
과산소 디스뮤타아제 1(SOD1) 유전자 변이로 인한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에 새로운 치료제가 첫 허가를 받으며 희귀 신경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일 허가한 핵산 치료제 '칼소디주'(토퍼센)는 현재 적절한 치료 옵션이 극히 제한된 루게릭병 환자들에게 유전자 맞춤형 신약의 실전 배치를 의미한다. 업계는 이번 승인을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 경쟁의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칼소디주는 SOD1 유전자 변이가 있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병을 유발하는 변이 단백질의 생성을 직접 차단하는 메커니즘을 지녔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단계에서 SOD1 mRNA에 결합, 이상 단백질의 합성 자체를 줄이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기반 약물로 분자 수준 타깃 치료가 가능하다. 기존 대증 요법과 달리, 병인 단백질에 직접 작용하는 것이 핵심적 차별점이다.

특히 루게릭병은 신경세포가 점차 퇴화해 근육이 마비되는 치명적 희귀질환으로, SOD1 유전자 돌연변이는 전체 환자 중 2~3% 수준에 그치지만 진행이 매우 빠르고 치료 대안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칼소디주는 글로벌 임상에서 변이 환자군의 기능 저하 속도 완화와 생존율 개선 신호를 내며, 맞춤의학이 희귀 신경계 질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를 더했다.
해외에서는 2023년 미국 FDA가 칼소디주(토퍼센)를 조건부 승인하며, 유전자 변이 기반 환자 그룹 중심의 ‘정밀의료’ 시대 개막에 힘을 실었다. 유럽 EMA 역시 신속 심사를 진행 중이다. 국내의 경우 식약처가 안전성과 효과성을 충분히 검토해 SOD1 변이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성인 환자에 대해 허가 결정을 내린 것은, 희귀질환 신약 도입의 제도적 속도전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환자 개개인의 유전체 정보 활용, 장기 유효성 검증과 치료 접근성 보장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향후 정부의 환자등록제, 보험 등재 등 추가 정책이 동반돼야 시장 확장성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칼소디주 허가를 계기로 국내 희귀질환 영역에서도 분자 진단-치료 연계된 맞춤의료 플랫폼 경쟁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산업계는 이러한 혁신 치료제가 실제 환자들에게 신속히 도달할 수 있을지, 또 유전체 정보 기반 정밀의료의 보편화를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제도, 그리고 치료 접근성의 균형이 향후 바이오 신약 시장의 성장 조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