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서비스 종료”…카카오엔터, 북미 IP 전략 재편 신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인수해 운영해 온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서비스가 2024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종료된다. 북미 웹코믹 시장에서 플랫폼 다각화에 나섰던 카카오엔터가 기존 복수 운영 체계에서 효율성 중심의 글로벌 스토리 지식재산(IP) 사업 강화로 이동하는 일환이다. 업계는 이번 결정을 카카오엔터의 IP 공급망 전환과 북미 디지털콘텐츠 시장 재편의 출발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래디쉬는 2016년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 창업가 이승윤이 설립한 웹소설 플랫폼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북미 웹툰 시장 진출을 위해 2021년 당시 약 5000억원에 래디쉬를 인수했다. 이후 2022년에는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쉬를 합병, 통합 법인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출범하고 타파스·래디쉬·우시아월드 등 3개 플랫폼을 함께 운영해왔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래디쉬 서비스 종료에 대해 “플랫폼 개편과 IP 사업의 효율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북미 시장에서는 래디쉬가 모바일 친화적 스낵컬처형(단편·연재 중심) 웹소설 유통에 강점이 있었다. 반면, 타파스는 웹툰·웹소설을 모두 제공하며 다수의 한류 IP를 유통해왔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여 왔다. 실제로 일부 래디쉬 연재 작품은 이미 타파스 플랫폼에 편입돼 유통되고 있다. 카카오엔터 측은 향후 현지 작가들도 타파스를 통해 연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카카오엔터의 이러한 전략 변화는 북미 웹툰·웹소설 시장 자체의 성숙과 경쟁 심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네이버웹툰, 키다리이엔티 등 대형 IP 사업자 간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경쟁사 네이버웹툰은 월간 활성사용자(MAU)와 현지화 작품 확대 등에서 선점 효과를 보이고 있고, 일본 픽코마 사례처럼 플랫폼 통합과 IP 효율화 기조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창업 이후 8년여 만에 플랫폼 서비스가 종료된 래디쉬는 주요 창업 멤버의 이탈과 함께 카카오엔터 내 북미 IP 전략 전환을 상징한다. 창업자인 이승윤 전 대표는 2022년 11월 회사를 떠나 현재 PIP랩스에서 IP 기반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외에도 2018년 이후 래디쉬 COO, CFO를 지낸 주요 멤버들도 최근 1~2년 사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웹툰·웹소설 플랫폼 경쟁 속에서 카카오엔터는 북미 시장 내 복수 플랫폼 구조를 통합, 핵심 IP 사업의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시장에서 하드웨어보단 소프트파워, 즉 IP 확보와 유통 전략이 곧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래디쉬 서비스 종료가 카카오엔터의 북미 사업 구조 개편과 시장 지배력 확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