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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제천의 여행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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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제천의 여행 감성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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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기준이 달라졌다. 더는 화창한 날씨만이 아름다운 여행의 조건은 아니다. 제천의 흐린 하늘 아래 걷는 산책, 조용한 호숫가에서의 시간, 아침 물안개를 마주하는 순간이 어느새 일상의 쉼표가 된다.

 

최근 제천에서는 흐린 날씨 속에서도 의림지와 청풍호를 중심으로 걷는 이들이 많아졌다. SNS에는 “제천 호수에서 맞는 습기 어린 바람이 마음까지 촉촉하다”는 인증 글이 자주 올라오고, 이른 아침 물안개를 사진에 담아내려는 여행자들도 늘고 있다. 의림지의 수변 산책로와 누각, 정자 등은 사계절 내내 다른 색깔로 호수를 둘러싸며, 특히 봄과 가을의 단풍과 벚꽃은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옥순봉의 가을 아침 풍경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옥순봉의 가을 아침 풍경

이런 변화는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천을 찾는 가족 단위 여행객과 20~40대 개별 여행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오래된 저수지를 따라 산책하거나, 청풍호를 굽이굽이 따라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 까닭이다. 옥순봉 출렁다리와 데크로드, 트래킹길은 특히 운동보다 풍경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만큼 포근한 산책과 간단한 체험을 찾는 흐름이 제천에서도 이어진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런 감각의 변화를 주목한다. 한 여행 칼럼니스트는 “요즘은 자연 한가운데서 걷거나, 뭔가 창의적인 체험을 해보려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단순한 풍경 감상이 아니라, 다도 같은 전통 체험이나 민화를 직접 그리고 배우는 시간 역시 여행지 선택을 바꾸고 있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흐린 하늘이 오히려 차분함을 더 해준다”, “비 오는 날 의림지에서 찍은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처럼, 맑은 날만을 선호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날씨와 기분이 어우러진 순간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교동민화마을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민화 체험을 하는 가족들의 이야기, 한국차문화박물관에서는 차향 속에서 잠시 머무르며 마음을 다스렸다는 여운의 목소리도 이어진다.

 

제천의 흐림은 결코 단점이 아니다. 조심스레 산책로를 걸으며 나와 자연의 거리를 좁히고, 옥순봉의 기암과 청풍호의 물길을 따라 걸으며 사색에 잠긴다. 하루 일정에 의림지 산책, 청풍호 트래킹, 민화와 다도 체험을 담아낼 수 있는 제천. 자연과 문화, 그리고 날씨에 따라 변주되는 감성을 누리는 여행의 미학이 여기 살아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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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의림지#청풍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