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달인, 달걀말이 향한 존경”…달인들, 손끝에 깃든 온기→삶의 작은 기적
누군가의 하루에는 담백한 달걀말이와 금빛 세공, 하늘을 가르는 병뚜껑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생활의 달인은 서울 골목 안팎,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손끝을 좇으며, 소박하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일상의 예술을 펼쳐 보인다. 서울 곳곳의 달걀말이 한 조각에는 어머니의 마음과도 같은 온기가 담겨 있었다. 광화문 거리, 늘어난 직장인의 발길을 붙잡는 ‘ㄷ’ 식당에서는 단단한 껍질 아래 촉촉한 속살이 층층이 겹친 달걀말이를 만나볼 수 있다. 숟가락에 실리는 계란 아닌 또 다른 식감, 오랜 시간을 견뎌낸 달인의 세밀함이 숨어 있었다. 강남 골목의 ‘ㅎ’ 식당 역시 남다른 풍경이다. 약한 불과 숟가락 하나로 말아내는 달걀말이의 부드러움은 보는 이에게 오래 남는 감동을 만든다. 이곳에서 달걀말이는 그저 식탁의 보조자가 아니라 메인 메뉴가 돼, 한 사람의 기억 속에 정성이라는 이름으로 남는다.
종로에서는 이재춘이 금 세공의 진중한 세계를 펼쳐냈다. 200돈에 육박하는 대형 금팔찌가 완성되기까지, 갈고 닦는 시간은 매일 6시간. 손끝에서 금을 다듬는 그의 하루는 눈부신 부와 사치를 그리기보다, 번쩍이는 금 사이로 흐르는 고요한 집중력과 삶의 존엄에 좀 더 닿아 있었다.

이른 아침, 천안의 작은 가게 안. 김승호는 단순한 ‘병뚜껑’ 하나로 놀라운 장관을 연출했다. 실리콘 도마와 숟가락, 동전에도 기술이 깃들었고, 순간의 타격만으로 뒤집어지는 소주병은 소소한 일상에 쏟아지는 박수와 닮아 있다. 누군가는 일터의 하찮은 반복이라 말할지라도, 그는 하루를 여는 환희와 설렘으로 뚜껑을 연다. 병뚜껑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순간, 작은 소망의 날개가 거기에서 펼쳐졌다.
부산에서는 김동규가 삼겹살집의 단순한 행위를 손끝의 철학으로 변화시켰다. 1초 만에 교체되는 부탄가스, 0.5초에 한 번씩 뒤집히는 고기의 리듬 사이로, 달인은 손님 한 명을 위한 오늘의 의미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불과 고기, 그리고 그 위에 얹힌 배려가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마포구의 산책길, 프렌치 베이커리에서 비롯되는 풍경 또한 특별하다. 프랑스에서 익힌 기술과 손끝의 온기로 만들어지는 크루아상, 브르타뉴식 퀸아망, 메밀의 새로운 느낌은 각기 다른 도시와 추억이 조각조각 베어 있는 듯한 정취를 선사했다. 파티시에 부부가 손수 빚은 낭만은 차가운 새벽 공기마저 버터 향으로 따뜻하게 감쌌다.
달걀말이, 크루아상, 금팔찌와 병뚜껑 그리고 삼겹살 한 점까지. 각자의 삶에서 바람처럼 스치는 기술은 실상 하루를 견디는 인내와 상대방을 위한 책임감, 그리고 작은 성취가 더해진 사랑이었다. 모든 재료와 도구에는 손끝의 역사, 조용한 숨결과 진심이 배어 있었다. 한 끼를 넘어 삶에 소박한 울림을 남기는 달인들처럼, 일상의 특별함은 바로 우리 곁에서 묵묵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재치와 감동, 그리고 끝없는 정성으로 물든 SBS ‘생활의 달인’ 992회는 7월 21일 월요일 밤, 익숙한 오늘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여운을 시청자에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