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축 대거 이탈”…황택의·임성진 부상→남자배구 대표팀 운명 변수되다
밝은 웃음 뒤에 밀려든 그늘진 표정에는, 대표팀 벤치에 스며든 고민이 깊게 배어 있었다. 언제나 정상 전력을 향한 확신으로 모였던 선수들은 이번만큼은 쉽지 않은 시험대에 올랐다. 부상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며 팀의 중심까지 흔들리는 듯했으나, 모두가 조용히 결의에 찬 눈빛으로 다시금 손을 맞잡았다.
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치러진 네덜란드와의 1차 평가전.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은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하며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이날 경기는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을 불과 며칠 앞두고 마지막으로 점검할 결정적인 기회였기에 더욱 긴장과 아쉬움이 뒤섞였다.

더 큰 걱정은 주전 세터 황택의와 공격수 임성진, 나경복(이상 KB손해보험) 등 핵심 자원이 모두 결장했다는 점이다. 라미레스 감독은 경기 직후 “황택의가 네덜란드와의 합동 훈련 도중 넘어지며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현재 회복에 전념하고 있으며, AVC컵 출전을 기대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백업 세터 한태준(우리카드)에게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구도다.
무릎 부상을 안고 대표팀에 합류했던 임성진은 소속팀 복귀를 결정, 챌린지컵 출전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교체 카드 또한 가동될 전망이다. 여기에 나경복의 손목 통증마저 장기화되면서 네덜란드전과 챌린지컵 모두 출전이 무산됐다. 지난달 피로 골절로 빠진 정지석(대한항공)까지 포함하면, 이미 주축 네 명이 한꺼번에 전열에서 이탈한 형국이다. 팀은 이우진 등 새 얼굴을 긴급 기용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게 됐다.
대표팀을 이끄는 라미레스 감독은 “특정 선수에게 기대지 않고 모두가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날 대표팀은 허수봉(현대캐피탈), 박경민(현대캐피탈) 등 기존 원툴이 아닌 젊은 세대의 역동성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강력한 네덜란드의 서브와 노련한 조직력 앞에 여러 차례 흔들리며 결국 세트스코어 1-3 패배를 떠안게 됐다.
감독은 “강팀과의 경험은 값진 자산이 될 것”이라며, “국제무대의 경쟁에서는 서브의 파괴력이 승패를 가른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고전 속에서도 값진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의미였다.
팬들의 탄식 속에서도 대표팀은 다시 애써 고개를 들었다. 이들은 7일 열리는 네덜란드와의 2차 평가전을 마치고, 곧장 챌린지컵이 열리는 바레인으로 향한다. AVC 챌린지컵은 10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진다. 대표팀은 이 무대를 마친 후, 9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펼쳐지는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계절이 바뀌듯 운명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선수들의 손끝에 남은 땀방울과 벤치에서 염원을 보탠 눈빛은 여전히 한 팀을 붙잡는다.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지키기 위해, 남자배구 대표팀은 또 한 번 총체적 전력으로 홀로서기에 나선다. 이들의 사투는, 6월 10일 개막하는 AVC챌린지컵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