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바이러스 감염률 2배 급증”…김현수 교수팀, 팬데믹 후 면역저하 영향 주목

사포바이러스 감염증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에서 급격히 증가하며 주로 영유아를 중심으로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팬데믹 기간 감소했던 집단 감염성 장바이러스의 활동성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2배 가까이 뛰었다는 대규모 분석이 발표됐다. 업계는 이번 결과를 ‘포스트코로나 감염병 양상 변화’의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바이러스예방과 진단법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현수 교수팀은 최근 2017년 8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전국적으로 수집된 20만4563건의 급성 위장관염 의심 검체를 다중 PCR로 분석한 결과, 사포바이러스 감염률이 2022년 여름부터 급등했다고 밝혔다. 특히 월간 양성률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2022년 8월 9.9%, 2023년 9월 8.1%로 팬데믹 기간(2020~2021년) 0.3% 선에서 2~3배 이상 높아지는 양상을 나타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사포바이러스의 유전자형을 37개까지 분석해 국내 유행 양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GI.1형이 전체의 42.5%, GII.3형이 40%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두 유전자형 모두 전세계적으로 흔히 검출되는 타입이라는 점에서 국내와 글로벌 유행이 유사하게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반면, 유전자형 간 재조합은 식별되지 않았고 각 그룹별로 뚜렷한 유전적 거리를 보여 향후 진단·백신 표적설계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포바이러스 감염은 특히 2~5세 소아에서 감염률이 6.5%로 가장 높았으며, 6~10세(3.2%), 1세 이하(3%) 순이었다. 11세 이상 연령대에선 1% 미만 수준에 그쳤다. 주요 증상은 급성 설사, 복통, 구토, 발열 등이었으며,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년층의 경우 탈수 및 중증 합병증 우려도 제기됐다.

사포바이러스는 칼리시바이러스과로 분류되며, 기존 노로바이러스와 유사하게 오염된 식품 섭취나 환자 접촉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국내에선 2017년 전까지는 장염바이러스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최근 환자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감시 강화와 백신·진단 개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 분석은 유전자형 추적 결과가 향후 백신 후보물질 탐색과 조기진단법 고도화 연구에도 실질 자료로 쓰일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시기에 바이러스성 장염 환자 증가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노로·사포바이러스 계열 감염이 계절성으로 재확산하는 추세가 보고된다. 이에 따라 WHO와 각국 공중보건기구는 역학 모니터링과 병원 감염 관리 가이드라인 보완을 추진 중이다.

백신 및 치료제가 없는 만큼, 전문가들은 위생수칙 강화와 감염 예방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문한다. 김현수 교수는 “팬데믹 기간 동안 바이러스 노출 감소로 형성된 집단 면역력 저하가 최근 유행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며 “위생관리를 생활화하고, 조기 진단체계와 백신 개발 연구 투자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진단검사의학 분야 국제저널 ‘애널스 오브 래버러토리 메디신’ 7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산업계는 급증하는 사포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하는 신속 진단법과 기술 기반의 감염예방 방안이 실제 의료·바이오 시장에서 구현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