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신청주의 잔인”…이재명 대통령, 자동지급 전환 정책 대전환 주문
복지 정책을 둘러싼 관점 차와 행정 효율성 논쟁이 또다시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현행 ‘신청주의’ 복지 정책의 한계를 강하게 지적하고, 지원금의 ‘자동지급’ 전환을 공식 지시하면서 정책 대전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대통령실이 마련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드러난 이같은 기조는 향후 복지정책뿐 아니라 정부 재정 운용 방식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13일 오전 대통령실 주재 간담회에서 “신청주의는 매우 잔인한 제도가 아닌가. 신청을 안 했다고 안 주니까 지원을 못 받아서 (사람이) 죽고 그러는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을 위해 지출할 때 대상자는 이미 정해진다. 그런데 왜 굳이 신청 제도를 운용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대통령은 “정보화 사회라서 다 알고 있는데, 쫙 지급하고 안 받겠다는 사람은 반납하면 되는데 왜 굳이 신청하게 해서 행정력을 낭비하느냐”고 꼬집었다.

이 같은 발언에는 신청자에 한정된 행정편의주의를 비판하며, 이미 대상자가 확인됐으면 자동지급으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의지가 담겼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역시 “기본적으로 찾고 지급하는 노력을 정부가 책임지도록 하고, 본인이 거절하는 특별한 사정만 있으면 지급을 안 하는 방식이면 대전환”이라며 “철학 자체가 다르기에 부처와 함께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은 “자동지급 체계로 전환하면 행정기관에 확인·조사할 책임이 생긴다”며, “원칙이 중요하니 필요시 입법으로 뒷받침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간담회는 유병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약 27조원에 달하는 정부 지출 구조조정안을 보고하며 시작됐다. 대통령과 참모진, 부처 관계자,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해 각종 재정 효율화 방안이 논의됐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지출 구조조정 세부 내용을 확정 즉시 공개하라”고 건의했고, 이 대통령은 “문제가 없으니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또, 예산의 효율성 강화를 위해 민간단체 등에 용역 검증을 의뢰하는 개선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복지 예산뿐 아니라 공공기관 구조조정, 지방자치단체 잉여금 관리, 민간 탄광 보조체계 개편, ‘깡통 산업단지’ 문제 해소, 예산 적정성 점검 등 다양한 재정절약·효율화 방안이 제안됐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 단계로는 공공기관 통폐합도 필요하다”며 “공공기관 숫자가 너무 많아 숫자를 다 셀 수 없을 지경”이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는 취약계층이 신청 절차의 번거로움, 정보 부족 등으로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는 현실이 있다. 반면, 행정 부담 증가와 예산 집행 효율성 저하를 우려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야당과 일부 지방자치단체 등은 “자동지급 전면 도입은 재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보다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구조 개편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강경한 기조는 사회적 논쟁과 제도 개선 움직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복지정책 전환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행정절차 단순화와 동시에 취약계층 권리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이례적 주문을 두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향후 관련 부처 협의와 필요시 입법 조치까지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