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26도”…서귀포 자연 관광지로 몰리는 여름 피서객들
요즘 서귀포에서 ‘얼마나 더우냐’는 인사가 반쯤 농담이 아니라는 걸 체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예전엔 제주라면 선선한 밤바람을 떠올렸지만, 최근엔 밤에도 무더위와 싸우는 게 일상이 됐다.
지난 3일 제주기상청에 따르면 서귀포의 밤 최저기온이 사흘 연속 25도를 넘으면서, 이 지역엔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낮 동안엔 남쪽에서 불어오는 고온다습한 바람 탓에 체감 온도가 33도까지 치솟는다. 이러다 보니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이면 도심을 벗어나 서늘함을 줄 자연 피서지를 찾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특히 천지연폭포는 숲길과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도심 근처에서도 다채로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여행객 신혜진 씨는 “제주까지 와서 밤에도 무더웠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숲 그늘 아래 폭포 소리를 듣고 있으니 더위가 몸을 스치는 느낌이 달라졌다”고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제주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여름철 서귀포 자연 관광지 방문객 비율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 증가했다. 쇠소깍은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으로, 카약과 같은 수상 액티비티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눈에 띈다. 또, 바닷바람이 시원한 섭지코지와 주상절리대는 이른 아침 산책로나 해질녘 인생샷 명소로도 인기다.
반면,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낮에는 실내에서 보내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제주국제평화센터나 이중섭미술관처럼 넓고 시원하게 관리된 전시장은 여행의 쉼표가 되는 곳이다. 현지 가이드 김도윤 씨는 “예전엔 여름에도 야외 관광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최근엔 열대야 영향으로 실내외를 적절히 번갈아 찾는 분들이 늘었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서귀포에서 여름나기는 진짜 바람과 폭포의 힘이다”, “폭염에 맞서 자연을 찾으니, 오히려 더 특별한 경험이 된다”는 사연이 줄을 잇는다.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밤마다 천지연 산책’, ‘쇠소깍 카약 예약 꿀팁’처럼 체감 더위를 줄이는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활발하다.
사소한 휴가지 선택이지만, 그 안엔 계절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태도가 담겨 있다. 자연이 주는 위로 속에서, 올 여름 제주 서귀포는 ‘더위를 이기는 느긋한 피서’의 의미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