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협력 강화 강조”…박윤주 외교부 1차관, 말레이시아 장관회의 연쇄 참석
한-아세안 관계 강화와 역내 민주주의 회복력 논의가 주목되는 가운데, 외교부가 박윤주 1차관을 말레이시아에 파견하기로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외교장관회의에 외교부 차관이 대표로 나서면서, 외교무대 변화와 한반도 정세에 관심이 쏠린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7월 9일부터 11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한-메콩 외교장관회의 등 아세안 관련 핵심 회의에 잇따라 참석한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박 차관은 이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통해 우리 민주주의 회복력과 신정부의 아세안 중시 기조를 강조하고, 아세안과의 실질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기간에는 지난해 10월 확정된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CSP) 공동성명’의 구체적 이행을 위한 '2026∼2030 행동계획'(POA)이 공식 채택될 예정이다.
그러나 주요 4개국(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의 장관급 양자 접촉에는 차관 대참으로 인한 한계가 예상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이번 회의에서 우리측 대표가 차관급으로 내려간 것이다. 현재 양자회담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외교 네트워크 확대에는 제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 안보협의체다. 이에 따라, 남북 외교당국자 간 회의 계기 접촉 여부도 관건이다. 하지만,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과 최근의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 신병 인도 문제로 양국이 외교관계를 단절한 상태여서, 북한 최선희 외무상 등 고위급의 현장 참석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2019년부터 최근까지 외무상 대신, 해당 회의 개최 국가의 주재 대사 혹은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를 수석대표로 파견해 왔다.
정치권과 외교 전문가는 박윤주 차관의 이번 아세안외교전이 신정부 출범 후 한-아세안 관계 강화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장관 대참 부재가 한계로 지적되는 만큼, 향후 대외 협상력과 외교 공간 확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외교부는 이번 회의 결과를 토대로, 2026∼2030 행동계획에 준하는 한-아세안 협력 외연 확대와 역내 다자안보 강화 방안을 계속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