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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오롯한 여행 속 슬픔의 숲”…기도발 고백→묵직한 시간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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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오롯한 여행 속 슬픔의 숲”…기도발 고백→묵직한 시간의 흔적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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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 남아 있던 온기마저 멀어져 가는 시간, 정선희는 유튜브 ‘집 나간 정선희’에서 자신의 내밀함을 조심스레 꺼내 보였다. 밝은 인사로 시작된 여행의 순간마저 자신을 덮친 허전함과 상실의 흔적을 지우지 못한 채, 익숙하면서도 낯선 자리에 앉아 작은 한숨과 미소를 번갈아 내비쳤다.

 

정선희는 “진짜 촌년이다. 계속 돈만 벌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오랜 시간 반복됐던 일상에 깊은 아쉬움을 묻어냈다. 제작진의 “돈은 남이 쓰고, 불쌍하지 않냐”는 농담에 잠시 웃음을 머금다 “불쌍하지?”라는 대답으로 되받았다. 이어 “집순이라 잘 안 나간다. 여행도 안 가고, 여행 프로그램만 본다. 대리만족이 안 된다. 그래서 술이 늘었다”고 고백하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불쌍한 일 겪어 기도발 세졌다”…정선희, 상실의 시간→덤덤한 고백
“불쌍한 일 겪어 기도발 세졌다”…정선희, 상실의 시간→덤덤한 고백

여행은 정선희에게 늘 그리웠던 결핍이었다. “여행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 유튜브로 여행을 제안받자 소름 돋았다”며 새로운 변화에 대한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나눈 정선희는 잠시라도 바깥 공기를 마시며 자신의 내면을 돌봤다. 이어 ‘기도발’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불쌍한 일을 당한 뒤로 기도발이 세졌다. 하느님이 기도를 1등으로 들어주시는 것 같다. 가끔 ‘나도 그 정도는 해도 되지 않냐’고 기도한다”며 삶에 각인된 상처와 담담한 희망의 교차점을 꺼내놓았다.

 

정선희가 강아지를 입양하게 된 배경, 어머니의 세월을 받아들이는 이야기까지,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엔 오래도록 감춰왔던 그늘이 조용히 녹아들었다. “라디오 데일리 방송 때문에 주말에도 장거리 여행은 엄두가 안 났다”며 놓치고 살아온 소박한 즐거움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2007년 배우 안재환과 결혼해 짧은 새댁의 시간을 보내고,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 그 뒤를 따라붙은 루머와 오해, 그리고 슬퍼할 틈조차 없이 견뎌야 했던 시간까지. 정선희는 “유가족의 권리조차 없었다. 그 사람 가족에게 해명해야만 했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고단함을 품고 견딘 정선희의 진짜 시간들은 그렇게 조용히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오랜 세월을 힘겹게 걸어온 정선희가, 이제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일상의 한복판에 섰다. ‘불쌍한 일’에서 시작된 ‘기도발’의 서사는, 단순한 회복이 아닌 치유의 시간으로 번져간다. 잃어버린 시간과 마음의 빈자리를 꺼내 보이는 그녀의 고백은 긴 여운으로 남아, 보는 이들의 가슴에도 조용히 흔들림을 남긴다. 유튜브 채널 ‘집 나간 정선희’는 앞으로도 정선희가 마주하는 작은 변화와 깊은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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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집나간정선희#기도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