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해체냐 기능 조정이냐”…이억원 청문회서 여야 정면 충돌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를 두고 여야가 금융위원회 해체 가능성과 후보자의 자질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이날 청문회는 서로 엇갈린 주장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정회와 속개가 반복되는 등 파행을 빚었다.
9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전날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들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협의했다”며 “협의 주요 내용이 금융위원회 해체, 정책기능의 기획재정부 이관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건물을 철거하기 위해 온 철거반장인가”라며 정부와 민주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양수 의원 역시 “민주당이 금융위 해체안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보도가 있다”며 “청문회를 열어봐야 임명까지 열흘 남짓이다. 후보자에게 열흘만 일하게 하려고 청문회를 하는 것이냐”며 조직개편안 확정까지 청문회 일정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정무위원장도 “용산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하자”고 거들면서, 청문회 애초부터 격론이 벌어진데 이어 회의는 개의 10여분 만에 정회되는 파행을 보였다.
속개 후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은 “25일 정부조직법 개편은 당 입장”이라면서도 “금융위의 해체가 아니라 기능 조정임을 분명히 한다”고 해명했다. 박범계 의원도 “국정기획위원회 조직개편 논의 후 대통령의 지명 이슈가 있었다”며 “언론이 언급하는 해체론에는 근거가 없다. 야당 동의 없는 금융위 개편도 불가하다”고 대응했다.
여야는 이억원 후보자의 해외주식 투자 및 사외이사 경력에 대해서도 첨예하게 맞섰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금융정책 수장이 해외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적절한가. 기재부 차관 퇴임 후 여러 곳 사외이사를 역임하며 6억원을 받은 점은 이해충돌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총 7천만원 중 1천100만원만 미국 주식에 투자했고, 나머지는 국내 주식이다. 사외이사 보수도 월 500만원 수준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과정에서 이 후보자의 답변 태도까지 문제 삼으며 고성과 설전을 이어갔다.
이에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김앤장에서 수년간 18억원을 받아갔고, 1년간 에쓰오일 사외이사로 8천만원을 받은 사례도 있다”며 “이 후보자가 전임자들에 비해 오히려 적은 금액을 받은 셈”이라고 맞받아쳤다.
청문회는 금융위원회 해체 여부와 조직개편 방식, 후보자 개인 자질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다시 한 번 정치권의 극명한 입장 차를 확인하는 현장이 됐다. 국회는 향후 정부조직법 개정안 논의를 둘러싸고 여야 협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