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법 필리버스터 정면 충돌”…국민의힘, 방송3법 저지 총력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격돌했다. 국민의힘은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EBS법 처리를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하며 방송 3법 저지 총력전에 돌입했다.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과 함께 ‘방송 3법’으로 묶인 이 개정안은 이사 수를 9명에서 13명으로 확대하고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21대 국회 때까지 (EBS법을) 그대로 유지해 온 것은 앞선 선배 의원들이 무식하거나 게으르거나 정파의 이익을 좇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게 글로벌 표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 과방위에서 여러 차례 동료 의원들에게 글로벌 표준을 얘기했지만 ‘글로벌 표준은 잘 모르겠고 윤석열 정부가 너무 잘못했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고 맹비난했다”며 “왜 굳이 이런 식으로 공영방송을 더 글로벌 표준에서 벗어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방송법 개정의 민주적 대표성 논란을 제기했다. 그는 “국민의 재산인 지상파와 국민의 방송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지 않은 사람에게 넘겨도 되느냐”며 “이게 바로 헌법 1조 위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영방송을 공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돌려놓으려면 지배 구조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법만 바꾼다고 더 잘 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방송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는 것이 교각살우, 즉 뿔을 고치다 소를 죽이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EBS 이사회에 교원단체 대표 수를 늘리는 조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민주당 의원들은 전국 교사들에게 외면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제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를 흔들려고 한다’는 비판이 불거질 경우, 곧 있을 한미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의 권위까지 무너진다”고 덧붙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필리버스터 돌입 전 제안설명을 통해 “EBS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합리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이라면서 “사회 각 분야 대표성을 반영해 이사회를 확대하고, 사장 선출 방식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방송 3법이 기존 공영방송 운영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고 정치적 간섭을 배제할 장치라고 맞섰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방송 3법 처리를 두고 정국의 격랑이 증폭되고 있다. 언론계와 시민단체는 대응 성명과 논평을 이어가며 사회 각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은 EBS법을 포함한 방송 3법을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진검승부가 이어졌다. 국회는 필리버스터 종료 후 본회의 재개 의사를 밝혔으며, 방송 3법의 최종 처리 여부와 국민 여론의 향배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