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위험 과소평가”…미국 증시 사상 최고치에도 월가 경고음

현지시각 20일, 미국(USA)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최근 빠르게 상승한 관세 부담이 투자 위험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번 현상은 미중 무역분쟁 속 지속되는 관세 정책과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이 맞물리면서 국제 금융시장에도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 수입업체의 평균 관세율은 13%대로, 지난해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 이후로 범국가별 상호관세 도입을 유예했으나, 주요 품목에 대한 기본 10%와 철강·자동차 등 일부 품목별 추가 관세는 이미 부과되고 있다. 특히 중국(China)산 수입품에는 기존 관세에 20%의 추가 부담까지 더해져, 일부 제품의 경우 총 50%까지 적용된다. 과거 한때 최대 145% 관세가 부과된 전례가 있으나, 미·중 간 고위급 협의 이후 관세율 일부가 완화된 상태다.

이처럼 관세가 가파르게 오르자, 월가에서는 미국 기업의 이익 성장률 저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HSBC 앨러스테어 핀더 수석 글로벌 주식전략가는 “관세율 인상이 미국 기업 이익 증가율을 5% 이상 끌어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역시 “추가 인상 없이도 현행 관세만으로 투자 리스크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경계 심리를 부각했다.

주요 지수의 밸류에이션도 부담 요인으로 떠올랐다. S&P 500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22배로, 연고점 수준에 도달했다. 이런 상태에서 실적이나 경제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강세장이 단기에 급격히 조정될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등 주요 은행들이 2분기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으나, 뉴욕증시에서는 뚜렷한 상승세로 이어지지 않았다. 넷플릭스 역시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 당일 주가가 역으로 5% 넘게 급락하는 등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는 “시장에 긍정적 시나리오가 이미 선반영된 상황”이라고 분석하며, 투자자들이 실적과 경제지표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더 큰 실망 매물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펜더펀드 캐피털매니지먼트의 그렉 테일러 최고투자책임자(CTO)는 “모든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며 고평가 영역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클 아로네 최고투자전략가도 “기대보다 못 미치는 실적이 나오면 주가 조정이 더욱 클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 관세 정책 및 기업 실적 발표 결과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제사회 역시 고조된 증시 기대치와 잠재적 리스크의 충돌 양상을 예의주시하며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