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승의 눈물”…클레이턴 커쇼, 은퇴 결심→포스트시즌 속 명예의 퇴장
기적 같은 순간, 우승 퍼레이드 행렬에서 미묘하게 일렁이던 클레이턴 커쇼의 표정은 지난 18년의 시간만큼 깊었다. 화려한 레귤러시즌을 넘어서도 늘 자신을 괴롭혔던 부상과 포스트시즌의 무게, 그리고 동료가 돼준 팬과 가족의 박수까지, 명예로운 작별의 순간은 작지만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222승 96패, 평균자책점 2.54, 3천39탈삼진, 사이영상 3회, 내셔널리그 MVP까지 한 시대를 정의한 투수의 마지막 선택에 뜨거운 시선이 쏠렸다.
커쇼는 부상 속에서도 2024시즌을 20경기 10승 2패, 평균자책점 3.53이라는 노련함으로 마쳤다. 시즌 중에는 팔꿈치 등 통증으로 7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4.50에 머물기도 했으나, 팀의 신뢰 속 750만 달러 재계약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그러나 결국 선수로서의 은퇴를 결정,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2008년 5월 MLB 데뷔전에서 6이닝 5피안타 2실점 7탈삼진을 기록하며 큰 기대를 모은 커쇼는, 2011년 21승 5패 평균자책점 2.28로 처음 사이영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2013년, 2014년에도 사이영상을 받았고, 2014년엔 투수로는 46년 만에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포스트시즌에선 종종 고비를 맞았다. 13승 13패, 평균자책점 4.49로 그의 커리어 대비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다. 반면, 2020년 월드시리즈 1차전과 4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대망의 우승반지를 꼈다. 위 아 더 챔피언스 노래로 감동을 음미한 그의 일상은 야구와 삶의 경계를 허물었다. 2023년 NLDS 1차전 ⅓이닝 6실점의 씁쓸함에도, 커쇼는 "부상에 굴욕당하는 모습으로 은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자신과의 마지막 겨울을 지켜갔다.
경쟁자와 동료 모두가 커쇼의 족적에 존경을 표했다. 뉴욕 양키스의 폴 골드슈미트, 게릿 콜, 현역을 떠난 매디슨 범가너는 "역대 최고의 투수였다"고 입을 모았다. 다저스의 알렉스 우드는 "포스트시즌 가장 무거운 등판이 늘 커쇼의 몫이었다"고 강조했다.
가족과의 새로운 일상을 준비하는 커쇼에겐 다섯째 아이가 기다리고 있다. 커쇼는 "다섯 아이와 지내며 심심할 시간은 없을 것"이라고 전하며, 이제는 그라운드 대신 집에서의 새로운 시즌을 열 예정이다.
다저스 팬과 동료, 미국 야구계는 커쇼의 이름 앞에 전설이라는 말을 더했다. 그가 남긴 18시즌의 여정은 기록과 낭만, 그리고 한 인간의 우직한 뒷모습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