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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암 정조준”…노바티스, 플루빅토 상반기 매출 1조 돌파
IT/바이오

“빛으로 암 정조준”…노바티스, 플루빅토 상반기 매출 1조 돌파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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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의약품(RPT) 기술이 항암 치료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RPT 신약 ‘플루빅토’가 2024년 상반기 매출 8억2500만 달러(약 1조1393억원)를 기록하며, 작년 동기 대비 26% 성장세를 보였다. 전립선암 치료에 사용되는 플루빅토는 루테튬-177 방사성 동위원소와 암세포 표적 단백질(PSMA)에 결합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업계는 플루빅토의 시장 확장과 쏟아지는 후속 개발을 ‘글로벌 RPT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플루빅토는 2022년 미국 FDA, 2023년 국내 허가를 받은 신약으로, 전립선에 과발현되는 단백질(PSMA)에 결합하는 표적성 펩타이드에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튬-177을 탑재하는 방식이다. 해당 약물은 암세포에만 방사선을 직접 전달해,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같은 계열의 노바티스 약물 ‘루타테라’(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와 더불어 현재 FDA에서 허가된 방사성의약품은 전 세계적으로 두 종뿐이다. 플루빅토의 기술은 기존 항암제 대비 제어성, 치료 효율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방사성의약품은 원격 표적(peptide, 항체 등)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해, 진단 및 치료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방사성 동위원소의 종류(알파, 베타 방출 등)에 따라 세포를 직접 사멸시키거나, PET CT를 통한 영상 진단이 가능하다. 기존 화학항암제보다 암 표적 정밀도가 높고, 동위원소 특성상 미량 투여로도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플루빅토의 경우 기존 방사성치료의 부작용(정상세포 침투 등)을 현저히 개선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부각된다.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고 시장 파이 자체가 크지 않으나, 동위원소 확보와 생산 기반, 글로벌 허가 경험이 스마트 경쟁의 관건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팜이 홍콩 바이오 기업으로부터 도입한 SKL35501, 그리고 자체 파이프라인까지 포함해 5~6개 RPT 파이프라인을 본격적으로 확장 중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 테라파워 및 올해 벨기에 판테라와의 원료(악티늄-225 등) 공급 계약으로, 알파 입자 방출 동위원소 확보 경쟁에서도 전략적 우위를 꾀하고 있다.

 

글로벌 RPT 시장에서는 노바티스가 두 번째 FDA 허가 의약품을 내며 선두에 서 있지만, 미국·유럽·중국에서도 신약 개발·임상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독일, 스웨덴 등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과의 제휴도 기술 진입의 관건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방사성의약품은 원료 동위원소 조달, 복합 공정·임상 진입까지 장벽이 높은 분야”라며, “미국 FDA, 유럽 EMA의 선제적 규제·관리 아래 글로벌 선도 기업 중심 경쟁 구도가 뚜렷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현재 RPT 분야는 국내 업체 퓨쳐켐, 셀비온 등으로 개발 저변이 확장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동위원소 확보, 글로벌 임상·허가 경험, 생산공정 자동화 등 산업 인프라 축적이 시장 진입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플루빅토의 실적이 실제 시장 확장을 이끌지, 그리고 방사성의약품을 둘러싼 규제·윤리·공급망까지 얼마나 변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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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플루빅토#sk바이오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