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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야식이 스미는 밤길”…서울 외국인부터 대구 골목의 맛→서늘한 통영 바다에 번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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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야식이 스미는 밤길”…서울 외국인부터 대구 골목의 맛→서늘한 통영 바다에 번진 정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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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저녁, 서울의 골목을 유쾌한 발걸음이 가른다. ‘한국기행’이 여름밤을 밝히는 야식의 온기를 좇아가며, 낯선 도시에서 처음 맞는 음식의 맛, 익숙한 골목에서 오래된 이야기와 재회하는 순간을 차분히 담아냈다. 한 그릇의 든든함 위로 이방 친구들의 웃음이 쏟아지고, 골목마다 깃든 기억은 밤의 그림자 아래 한참을 머문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종로와 익선동, 광장시장, 서울의 밤은 낯설지만 금세 정이 녹아드는 무대였다. 새로운 풍경마다 갈매기살을 권하는 손길, 인절미 빙수 한 조각에 사르르 풀린 긴장, 산낙지를 앞에 둔 호기심 어린 용기까지. 각양각색의 사연과 타지의 향수가 한상에 어우러지며, 한국의 밤이 다양한 언어와 웃음으로 채워졌다.

밤을 밝히는 야식의 온기…‘한국기행’ 서울 외국인 투어, 대구 골목, 통영의 밤→맛과 정이 흐르는 여정 / EBS
밤을 밝히는 야식의 온기…‘한국기행’ 서울 외국인 투어, 대구 골목, 통영의 밤→맛과 정이 흐르는 여정 / EBS

대구의 골목도 밤이 서서히 깊어지면 또 다른 이야기로 피어난다. 박복임 씨가 운영하는 40년 내력의 콩국집은 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안식처가 됐다. 식지 않는 콩국의 고소함은 야간 근무자의 긴장도, 어린 시절의 아련함도 부드럽게 감쌌다. 근방 북성로의 돼지불고기집은 세월을 견뎌낸 리어카와 함께, 페인트마저 바랜 골목 풍경 안에서 자리를 지킨 따뜻한 저녁의 추억을 품는다.

 

통영의 바다와 골목 역시 밤이면 또 다른 빛깔을 드러낸다. 사진작가 김재욱 씨는 서피랑 계단길을 오르며 야시장과 밤하늘을 렌즈에 담는다. 이어진 ‘다찌집’의 숯불구이와 멸치회무침은 바다 내음과 멀지 않은, 골목의 시간 속에 깃든 나른한 연탄 향으로 밤의 정취를 완성한다. 지나는 계절과 골목의 흔적은 오랫동안 쌓인 이야기로 식탁에 오른다.

 

부산 자갈치시장 뒷길에는 네 대를 이어온 양곱창집들이 줄지어 있다. 사장 김시은 씨는 매일같이 빼곡한 내장을 얼음에 담근다. 같은 방법과 불씨로 이어지는 야식의 맛은 중년들의 아련한 시간, 젊은 세대의 새로운 호기심을 울린다. 밤마다 가족 같은 11명의 사장이 모인 식당에서는 어린 시절의 서글픈 기억도 언젠가 정으로 채워졌다.

 

마지막 여정은 통영 바다에서 시작된다. 하현우 선장이 이끄는 낚싯배 위에서는 해가 저문 뒤 한치, 갈치잡이가 펼쳐진다. 갓 잡아 올린 회에 어묵국물, 새벽의 차가움마저 녹아내리는 밥상은 도시에서 벗어난 고단한 하루 끝, 허락된 위로로 스며든다. 야식 위에 피어오르는 각자의 이야기와 온기에는 막 지나간 하루의 무게도, 내일의 희망도 함께 담겼다.

 

밤이면 더 진하게 피어나는 야식의 풍경, 사람과 맛, 골목마다 흐르는 정과 추억이 ‘한국기행’의 여정 안에서 고요히 빛난다. 각자의 밤길 위로 위로와 사연이 다시 피어나는 시간, ‘한국기행’ 808편 ‘야(夜)한밤 야식 기행’은 6월 9일부터 13일까지 매일 밤 9시 35분 여름의 밤을 찾아간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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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서울외국인투어#통영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