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 디지털 자산 시대”…세계금협회, 디지털 금 거래 도입에 금융권 변화 주목
현지시각 3일,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는 금을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해 거래와 금융 담보 등 활용도를 대폭 높이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내년 1분기 중 영국 런던거래소(London Metal Exchange)에서 디지털 형태의 금 거래를 시범 도입할 예정으로, 실물 금을 분할 소유권 방식으로 발행해 은행과 투자자가 손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이 디지털 금융혁신과 만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신호탄으로 국제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데이비드 테이트(David Tait) 세계금협회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금 도입으로 금 생태계에서 처음으로 담보 거래가 가능해진다”며, “‘공유 금 이익(PGI)’ 개념을 통해 분리 계좌에 예치된 금의 분할 소유권을 판매하고 거래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디지털 형태의 금을 표준화함으로써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금 시장에서도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은 물질적 실물과 거래상대방 위험이 적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아왔다. 그러나 실제 금괴는 접근성과 활용도가 제한돼 온 만큼, 디지털 전환을 통해 투자 문턱을 낮추고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자는 설명이다.

이번 혁신 배경에는 가상화폐와 스테이블코인 등 신흥 디지털 자산의 약진이 있다. 테더골드, 팩스골드 등 금을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들이 등장했지만 운용규모는 각각 13억 달러, 10억 달러에 그치고 있어, 4,000억 달러 규모의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 비해 금융권 내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세계금협회는 금을 디지털 자산화해 증거금, 담보 등 직접적 금융 활용성을 대폭 높이면, 비트코인 등 신종 자산과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금 거래 생태계가 워낙 보수적인 만큼, 혁신의 흡수 속도에 대해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영국의 대표적 금 거래소 ‘불리언볼트(BullionVault)’ 애널리스트 에이드리언 애쉬는 “금은 이미 최고의 성과를 내는 자산”이라며, “디지털화 논의는 꼭 필요하지 않은 문제에 대한 해법처럼 보인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미국 CNBC 등 주요 매체도 “전통 안전자산의 디지털 전환 실험”이라며, “골드마켓의 업계 표준이 될지 여부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 투자 전문가들은 실물 금의 가치를 보전하면서도 디지털 금융의 기민함을 결합하려는 이번 모델이 향후 금 거래 지형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내년 시범 거래 결과에 따라 새로운 상품의 등장이 이어질지, 금이 본격적인 디지털 자산 시대에 안착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