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쏟아지는 영천의 밤”…고요함 속에서 나를 만나는 여행
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이번엔 조용히 머물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경상북도 영천은 그런 소망을 품은 이들에게 자꾸만 생각나는 곳이다.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산과 강이 어우러진 자연과 별이 속삭이는 밤하늘 아래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계절의 변화마다 풍경이 달라지지만, 영천의 고요함만은 늘 똑같다는 이야기가 여행자들 사이에서 오간다.
맑은 날씨와 촉촉한 바람, 은해사의 오래된 전각들, 임고서원의 정갈한 한옥 건축은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게 한다. 은해사를 찾은 김지현(37) 씨는 “푸른 숲길을 걷고 있으면 마음에 풀잎 한 장 얹어지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임고서원을 산책하는 발걸음에선 ‘충절’과 ‘고즈넉함’이 나란히 스며든다. 붐비지 않는 한적한 분위기 덕에 소소한 행복이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이런 변화는 데이터에서도 보인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자연 속 고찰과 서원을 방문하는 ‘여행의 느린 흐름’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30~50대가 선호하지만, 은하수를 보기 위해 일부러 밤을 새우는 젊은 여행자도 적지 않다. 특히 새로운 여행 목적지로 보현산천문대가 주목받는다.
보현산천문대는 도시의 조명에서 멀리 벗어난 해발 1,100m 고지대에 있다. 실제로 기자가 천문대 언저리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까마득한 하늘에 은하수와 별이 흐르는 신비로운 장면이 펼쳐진다. “별들이 눈앞으로 쏟아지는 것 같다”는 방문객 고은정(29) 씨의 고백처럼, 누군가는 이런 밤을 기억 삼아 사진에 담길 원한다. 또 다른 이들은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다 자기 안의 고요함에 물이 든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여행은 멀리 떠나는 게 아니라, 나를 찾으러 가는 길”이라는 이들의 후기나 “사진보다 마음에 남는 시간이었다”는 공감의 목소리가 SNS를 타고 퍼진다.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없는 풍경과, 빽빽한 일상에서 잠시 멈춰 서는 감정의 여유가 독자들에게도 깊이 와닿는다.
영천의 사찰, 서원, 천문대에서 마주하는 정취는 여행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자연의 소리와 별빛 아래서 비로소 자신만의 길을 찾는 이들이 있다. 그러니까 여행은 단지 이동이 아니라, 잊고 지내던 감정과 풍경을 다시 만나는 일임을 영천의 밤이 가만히 알려준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