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더라도 반드시 대화”…이재명 대통령, 양대 노총에 경사노위 복귀 촉구
노동계와 정부 간 극한 대립의 조짐이 짙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양대 노총 지도부를 만났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9월 4일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과 오찬을 갖고, 정년 연장부터 근로 시간 단축까지 노동계의 현안을 쏟아냈다. 대화 자리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합류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 산업재해 예방, 임금체불 해소 등 폭넓은 의제가 논의됐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경사노위의 경우 아직 새 정부에서 위원장도 선정하지 못했다”며 “민주노총이 이번에 국회 주도의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다는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경사노위에서도 양대 노총이 함께 대화의 장에 나서 달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경사노위가 노총 입장에서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만나서 싸우더라도 앉아야 대한민국 노사정의 악순환을 풀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오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목적 없이라도 경사노위를 대화 창구로 쓸 수 있다’고 제안했고, 양대 노총 위원장들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브리핑했다. 현장에서는 “사회 안전망, 기업 부담, 고용의 안정성 및 유연성에 대해 터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주문에, 노총 지도부도 정년 65세 연장과 주 4.5일제 시범사업 등 현안 건의로 화답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년 연장은 단 하루도 미룰 수 없다. 국회가 논의 중인 만큼 대통령실도 적극적 관심을 바란다”며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단행해 내년이 근로시간 단축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까지 법의 보호를 넓혀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노사 중립성을 강조하며 “정부가 한쪽만 이용하려 들거나, 뒤통수를 친다는 인식이 들지 않게 해야 한다. 나를 노동 편향이라고도, 기업 편이라고도 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오찬 자리에는 비빔밥이 등장해 ‘화합’의 상징성을 더했다.
정치권에선 현대자동차‧조선3사‧한국GM 등 대형 사업장 파업이 이어지는 ‘추투’의 흐름 속에, 노사정 사회적 대화 재개 여부가 정국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향후 양대 노총의 경사노위 복귀가 실현될 경우, 정년 연장과 노동시간 단축, 산재 대책 등 쟁점 공론화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날 오찬에서 대통령과 양대 노총 위원장은 정기적, 상시적 사회적 대화를 적극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부는 경사노위 정상화와 노동시장 구조 개혁 논의 재개를 공식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