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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진, 현실 부딪는 K-아버지의 무게”…화려한 날들서 치열한 재도전→공감의 물결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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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일상 안에서 어느덧 깊은 주름이 자리한 아버지의 얼굴엔 묵묵한 책임이 감돈다. 주말드라마 ‘화려한 날들’은 천호진이 보여주는 중년 가장의 날카로운 삶과 잔잔한 희망, 그 미묘한 교차점 위에 이야기를 새긴다. 가족을 위해 끊임없이 달리고, 묵은 꿈도 잠시 미뤄둘 수밖에 없는 아버지 이상철의 분투가 시청자들에게 서정적인 울림을 선사한다.

 

천호진은 정년 후 새로운 세상을 두드리는 ‘이상철’로 분해, 낮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밤에는 책상 앞에서 기술직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남자의 하루를 치열하게 빚어냈다. 심야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노력, 지친 몸을 이끌고 가족 곁을 지키려는 깃든 소망이 극 전반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시험날, 컴퓨터 앞에 앉은 이상철의 표정은 그간 쌓인 두려움과 희망, 삶의 해묵은 안도까지 오롯이 입혀져 고요히 흐르는 긴장감을 이끌었다.

“가장으로서의 굴곡진 삶”…천호진, ‘화려한 날들’서 현실 부딪는 K-아버지 연기→관객 공감 / '화려한 날들' 방송화면 갈무리
“가장으로서의 굴곡진 삶”…천호진, ‘화려한 날들’서 현실 부딪는 K-아버지 연기→관객 공감 / '화려한 날들' 방송화면 갈무리

반면 집안에서는 또 다른 온기와 유쾌함이 피어난다. 극 중 아들 이지혁 역의 정일우와 욕실 타이밍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소소한 일상에서, 이상철의 투덜거림과 귀여운 승부욕이 드라마 곳곳을 환기시켰다. 세대 간 거리감에서 비롯된 말 한마디, 다정하지만 서툰 표현 속에 한국 가정의 현실적 풍경이 현실감 있게 녹아 있다.

 

천호진이 그려낸 ‘이상철’은 날 것 그대로의 인간미와 자기희생 사이, 가족 중심의 한국형 아버지상을 새롭게 만들어냈다. 매서운 고단함 속에서도 스스로를 놓지 않는 집념과, 세월의 무게에 스며든 생생한 표정 변주가 배우 천호진 특유의 깊이로 완성된다. 현실에 흔들리면서도 다시 일어서려는 가장의 모습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머무는 모든 이들을 위로한다.

 

현실적 공감대를 촘촘히 엮어낸 천호진의 연기는 남겨진 각자의 자리에 오래도록 따스한 여운을 남긴다. 화려하지 않아 더욱 빛나는 이 평범한 가장의 이야기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8시 ‘화려한 날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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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진#화려한날들#정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