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지시는 있었나”…조태용 전 실장, 해병특검 첫 피의자 조사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과 도피 의혹을 둘러싸고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전 국가정보원장)이 특별검사팀에 첫 소환됐다. 국가권력 핵심부와 특검 수사팀이 부딪히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와 임명 결정 경위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29일 오전 조태용 전 실장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해병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그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대사 내정을 직접 지시했는지, 피의자 신분의 인사를 대사로 임명하는 데 이견이 있었는지, 그리고 임명 절차의 적절성에 대한 질문에 “조사를 잘 받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이어 “조사 전 구체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곧장 조사실로 들어갔다.

조 전 실장은 2023년 7월 채상병 사망사건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떠오른 이 전 장관의 출국을 돕고 대사 임명을 추진한 혐의(범인도피·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해병특검은 2023년 12월까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조 전 실장에게 이 전 장관의 대사 내정 과정, 대통령실 의중 관여 여부, 그리고 실무진 논의 과정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계획이다.
이종섭 전 장관은 공수처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3월 4일, 호주 대사로 임명돼 출국했으며, 당시 출국금지 조치가 적용된 상태였다. 이에 대해 조 전 실장은 이미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네 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또 조 전 실장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 후 소위 ‘VIP 격노’로 불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 회의 기록 회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그간 국회와 언론에서 “VIP 격노” 회의 자체가 없었고, 윤 전 대통령이 돌연 격분했다는 사실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 7월 첫 특검 조사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실제로 있었음을 인정했다.
여야는 이번 특검 수사를 두고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권은 “정권 사정 기관의 통상적 인사 절차”라고 선을 그으나, 야권은 “대통령실의 조직적 개입이 밝혀질 경우, 정국의 파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권력기관의 임명 개입 실상에 대한 진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이번 조사가 향후 윤석열 전 대통령 및 청와대 핵심 인물의 소환 여부, 채상병 사건 수사 확대 여부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해병특검팀은 조 전 실장 조사 이후, 관련자 추가 소환 및 임명 과정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