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니그룹, 대이란 제재 회피 의혹 확산”…美연방검찰 전방위 압박→신흥시장 충격 불가피하나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인도 구자라트주 문드라항에는 바다가 품은 수많은 배들이 쉴 새 없이 오가고, 때로는 거대한 조용함 속에서 커다란 음모가 여물기도 한다. 세계의 시선이 다시 그 항구에 쏠린 것은, 거대한 자본의 흐름 저편에서 미국의 칼끝이 인도 최대 에너지 기업 아다니그룹을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뉴욕 동부연방지검은 아다니그룹 계열사가 이란산 액화석유가스(LPG)를 인도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부과한 경제 제재를 우회한 정황을 수사 중이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꺼진 흔적, 움직임이 은폐된 항적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이 겨누는 법적 칼날을 더욱 날카롭게 세운다. 미국법은 외국 땅에서 발생한 제재 회피 행위라 할지라도, 그 불길이 미국 시장이나 투자자에게 닿는 순간 적극적으로 손을 뻗는다.

아다니그룹의 구아탐 아다니 회장은 이미 지난해 11월, 뉴욕 동부연방지검에 의해 증권사기 및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수조 원의 글로벌 자금 유치 과정에서 재무제표 허위 작성, 그리고 인도 공무원에 건네진 2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뇌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구아탐 아다니와 그의 대리인들은 커크랜드 앤드 엘리스, 퀸 엠마누엘 등 굵직한 로펌의 조력을 받으며 혐의 전면 부인에 나섰으나, 미국의 수사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까지 이란 석유화학제품 거래자에 대한 이중 제재 방침을 재차 강조하며, 국제제재의 망은 더욱 조밀히 좁혀지고 있다.
아다니그룹은 "이란산 LPG 무역이나 제재 회피에 관여한 일이 없으며,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검찰은 미국 투자자 피해, 혹은 미국 금융시장과 연루된 각종 해외 부패 및 자본범죄에 대한 관할권을 근거로, 인도 신흥기업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의 행보가 대형 신흥시장 대기업에 드리우는 제재의 그늘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의 먹구름 아래, 인도 자본시장 전반에 파장이 번지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신흥시장 거인의 한숨이 좁게는 보석항과 인도 경제를, 넓게는 글로벌 자본과 국제 제재 체제의 지형도마저 흔들고 있다. 긴장감 속에서, 남은 시간은 인도 경제와 국제 금융질서의 교차로 위에 조용히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