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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비만치료제, 알츠하이머 정복 임박”…적응증 확장에 산업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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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비만치료제, 알츠하이머 정복 임박”…적응증 확장에 산업 촉각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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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당뇨병·비만 치료에 주로 활용되던 GLP-1 작용제의 적응증 확장이 속도를 내면서, 알츠하이머 등 미충족 신경계 질환 분야로의 진입 가시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 치료제 대비 안전성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에 미칠 경쟁 구도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GLP-1 치료제의 효능 영역을 넓히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는 비만·과체중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계 사건 감소,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 등 다양한 용도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다. 만성 신장질환,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적응증을 넓힌 사례도 속속 확인된다. 미국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 역시 비만은 물론 수면무호흡증 치료 인증을 받으며 비(非)대사성 질환 적응증 진출을 가속화했다.

적응증 확장 경쟁의 차기 무대는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성 영역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를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EVOKE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연구에선 세마글루타이드 사용 시 2형 당뇨병 환자의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40~70% 낮아졌다는 데이터가 미국 알츠하이머병협회 학술지를 통해 보고됐다. EVOKE 임상 중간 분석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에서 치매 발생 위험이 위약군 대비 53% 감소하는 신호도 추가 포착됐다. 최종 임상 결과는 올해 4분기 공개를 앞두고 있다.

 

GLP-1 계열의 우위는 안전성에서 뚜렷하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제 대표주자인 항-아밀로이드 항체(레카네맙·도나네맙 등)는 두통, 어지러움, 뇌 영상 이상증(ARIA) 등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 관리·모니터링의 부담이 크다. 반면 세마글루타이드는 비만·당뇨 환자 치료 경험이 수백만 건에 달하고, 주요 부작용도 위장관계(메스꺼움·구토 등)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경미하다.

 

시장 분위기도 GLP-1 약물에 호의적이다. 올해 초 기준 GLP-1 작용제를 사용하는 환자 수는 2,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실질 임상 활용성에서 글로벌 제약사가 선점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 경쟁사가 다수 진입한 비만·당뇨 시장에서 신경계 질환까지 적응증을 넓히면, 후기 시장 진입자의 판도 변화 가능성이 크다. 미국·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GLP-1 계열의 안전성·다중효능을 활용한 임상 경쟁이 확대되는 추세다.

 

규제 측면에서는 적응증 확장시 각 국가의 보건당국이 임상 데이터의 실질 구현력과 환자 안전성을 최우선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MASH, 수면무호흡증 등 신규 적응증 허가가 속속 나오면서, 알츠하이머 분야에서도 빠른 심사 트랙(패스트트랙) 적용 여부가 산업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GLP-1 계열이 신경계 질환 치료제 시장의 룰메이커로 부상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신경 세포 손상과 인지 저하를 늦추는 효과, 그리고 항-아밀로이드 계열에 비해 높은 안전성 프로필을 입증할 경우, 개척 시장과 매출 규모 모두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GLP-1 계열의 적응증 확장 실험이 실제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안전성, 시장이 촘촘히 맞물릴 경우 글로벌 제약 패러다임이 다시 한 번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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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노보노디스크#알츠하이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