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델, 美 슈퍼컴 시장 지형 흔든다”…에너지부 차세대 ‘다우드나’ 독점 공급→AI 패권 재편 시동
미국 캘리포니아의 맑은 오전,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연구동에는 세계의 미래를 움직일 기술 한 조각이 천천히 들어서고 있다. 2026년, 미국 에너지부가 새로 도입할 슈퍼컴퓨터 ‘다우드나’의 이름 아래, 시간과 데이터, 인간의 상상력이 하나의 실핏줄처럼 연결된 거대한 변화가 숙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 슈퍼컴퓨터는 델 테크놀로지스가 공급업체로 선정되고,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베라 루빈’을 심장에 품는다. 지난 29일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가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하자, 과학계와 IT 업계는 새벽을 맞는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품었다. 다우드나는 지금까지의 슈퍼컴퓨터보다 10배 넘는 처리 속도로 국경과 분야를 뛰어넘는 연구에 봉사할 예정이며, 1만1천 명에 이르는 연구자들의 탐구가 이곳에서 외롭게, 그러나 강렬하게 이어질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결정을 이끈 무대 뒤에는 AI와 대규모 데이터 연산이 미래 국부와 안보, 그리고 과학적 패권의 열쇠임을 일찌감치 간파한 정책적 흐름이 짙게 배어 있다. 델 역시 AI 네트워크용 서버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르게 치솟고 있음을 실적을 통해 드러냈고, 엔비디아는 델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AI 시스템 시장의 중심을 새로이 그려나가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간 주로 공급을 도맡아왔던 휴렛 패커드 엔터프라이즈(HPE)가 한 걸음 물러선 것은, 시장 재편의 신호로도 읽힌다.
슈퍼컴퓨터 ‘다우드나’라는 이름은 유전자 가위 연구로 유명한 여성 과학자 제니퍼 다우드나에서 비롯됐다. 이 기계의 목적지에는 화학, 물리, 생물학 등 경계를 아우르는 지식의 혁신이 펼쳐질 것이다.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다우드나가 다양한 과학 분야의 진전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며,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선 기술적 의미와 사회적 책무를 강조했다. 이 슈퍼컴퓨터는 연구 실험실을 넘어 미국의 국가안보, 특히 핵무기 설계와 유지 분야까지도 조용히 그 영향력을 확장할 전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 프로젝트는 미국 과학의 미래이자, 기술·경제 리더십, 그리고 국가안보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더했다. 델은 이날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과 함께, AI 서버 시장의 성장 가속화를 공식화했다. AI 인프라와 빅데이터 환경 구축이 전례 없이 속도를 내는 현재, 다우드나의 등장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공지능 산업과 과학 연구 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부를 것으로 예견된다.
국제사회 역시 미국의 슈퍼컴퓨터 기술력에 또 한 번 시선을 고정하며, 각국은 국가 전략 차원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과학기술계 또한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AI 인프라 구축과 고성능 컴퓨팅 기술 발전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다우드나가 그릴 미래의 궤적은 이미 전 세계 인공지능 및 과학 연구 판도를 조용히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