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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날 아래 옛길을 걷는다”…안동, 전통과 자연이 숨 쉬는 여름 여행지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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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날 아래 옛길을 걷는다”…안동, 전통과 자연이 숨 쉬는 여름 여행지로 각광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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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청명하게 빛나는 하늘 아래 옛길을 걷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그냥 고즈넉한 지방 도시로 여겨졌던 안동이지만, 지금은 전통과 자연이 공존하는 ‘누구나 가보고 싶은 여행지’의 일상이 됐다. 그만큼, 사소한 계획이지만 나만의 한가로운 쉼과 아이의 산책, 가족의 하루까지 다양한 장면이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요즘 안동은 ‘여름에도 걷기 좋은 곳’으로 다시 주목받는다. 13일 오후, 현지 기온은 30도를 넘겼지만 체감 온도는 바람 덕분에 한결 부드럽고, 미세먼지는 ‘좋음’ 수준이라 야외 활동에 제약이 거의 없다. 초록 숲길을 타고 올라가는 봉정사를 찾는 이들은, 극락전 앞에서 쏟아지는 햇살과 시원한 계곡물 소리에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고 고백한다. "숲 그늘이 길을 감싸니, 한여름에도 기분이 상쾌하다"고 SNS에 인증하는 여행객도 많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안동하회마을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안동하회마을

안동하회마을에서는 돌담길을 따라 걷는 재미가 깊다. 세계문화유산이란 타이틀만큼, 낙동강이 굽어 흐르는 마을의 풍경과 옛집들의 고요함에 머무르다 보면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 하회별신굿 탈놀이나 장터에서 만나는 전통 먹거리, 공연 등 살아있는 체험 프로그램 역시 가족나들이 명소로 인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회마을을 찾은 방문객은 꾸준히 증가세다. 또 전통명소만큼이나 체험 공간의 인기도 높아,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과 한국문화테마파크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이 전통 의상이나 민속놀이, 소주 시음 같은 색다른 경험을 즐기고 있다.

 

지역문화 관광해설사이자 안동 토박이 김수진 씨는 “안동의 매력은 고풍스러운 건축미와 자연의 여유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라며, "느리게 걷다 보면 역사와 내 일상이 자연스럽게 닿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여행객들도 "구석구석에서 옛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라며, “이제는 ‘뭘 먹을까’보다 ‘어떤 풍경을 걸을까’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지역 커뮤니티에는 “공기가 맑아서 오랜만에 마음껏 숨 쉬었다”, “아이랑 역사 체험 겸 다녀왔는데, 사진도 기억도 모두 남았다”는 공감 글이 이어진다. 바쁜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 사이에선 “한가롭게 사색할 수 있던 도산서원의 산책로가 잊히지 않는다”는 후기도 많다.

 

맥주 한 캔보다 달콤한 저녁바람, 산책길 따라 번지는 전통의 향기. 안동의 여름 여행은 도심의 열기와 먼지를 잠시 내려놓고, 작은 변화에서 커다란 쉼을 찾는 일이다. 단지 유명 관광지의 방문이 아니라, 느리고 깊은 감정의 조율에 가까운 시간. 작고 소박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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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봉정사#하회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