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29 금빛 비상”…우상혁, 아시아 제패→30년 만에 새 역사
땅을 박차는 힘과 떨리는 숨결 속에서 관중들은 한순간에 서로의 시선을 나눴다. 급하게 개막을 늦췄던 폭우와 기대가 교차하던 오후, 우상혁은 높이 2m29를 가뿐히 넘으며 또 한 번 자신의 이름 옆에 금빛 역사를 새겼다. 기록과 환호가 동시에 폭발하는 현장에서, 우상혁의 점프는 단순한 기술 그 이상이 됐다.
2025 아시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결선은 29일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개최됐다. 경기장엔 전날 내린 폭우로 트랙과 필드가 흠뻑 젖어 있었으나, 우상혁은 첫 시기부터 완벽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2m15, 2m19, 2m23, 2m26 모두 1차 시기만에 통과하면서 흐름을 주도했다.

1차 시기 2m26이 끝났을 때, 결승 진출자 13명 중 마지막까지 남은 이들은 신노 도모히로와 우상혁뿐이었다. 긴장감 서린 외나무다리 대결에서, 우상혁은 2m29를 단번에 성공하며 사실상 승부를 정리했다. 신노 도모히로는 2m29 세 번의 도전 끝에 모두 실패하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우상혁은 승부가 결정된 순간 스스로를 부여잡으며 기쁨을 표했다. 이어진 2m33 도전에서는 모두 실패했지만, 이내 환한 미소로 관중석 박수에 화답했다. 빗속에서 빚어진 대기록이 팬들과 함께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금메달로 우상혁은 지난해 방콕에 이어 2연속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오직 이진택만이 30여 년 전 이루었던 남자 높이뛰기 연패의 기록을 다시 세운 셈이다. 더불어, 2017년 인도 부바네스와르 우승까지 포함해 아시아육상선수권 3회 우승 타이기록도 이뤄냈다. 이진택과 우상혁, 오직 두 명만이 쌓아올린 영예였다.
우상혁은 도쿄올림픽 4위, 세계실내선수권 우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 등으로 세계 무대에서 차곡차곡 이력을 쌓아왔다. 올해에도 난징 세계실내선수권, 왓그래비티챌린지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줄줄이 우승을 거두며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후 우상혁은 “아시아에서의 우승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정상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올 가을 도쿄 세계선수권 금빛 사냥에 시선을 돌리며 2연패의 기세로 전 세계 점퍼들과 맞서겠다는 각오도 곁들였다.
금빛 순간을 함께한 금요일 밤, 우상혁의 도전은 그가 그리는 미래와 팬들의 기대를 아우르며 새로운 여운으로 남았다. 2025 세계선수권은 9월 일본 도쿄에서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