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자·부품 우주검증 돌입”…E3T 1호, 누리호로 시험대에 오른다
국산 반도체와 전자부품의 우주환경 신뢰성 검증이 본격화된다. 오는 11월 예정된 누리호 4차 발사를 통해 첫 큐브형 ‘우주검증위성(E3T) 1호’가 국내에서 개발된 소자와 부품의 실증시험을 시작한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9일, 4년간 총 120억원이 투입된 ‘국산 소자·부품 우주검증 지원 사업’의 첫 결과물인 E3T 1호 제작을 완료하고, 선적 전 최종 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위성 부품 국산화 경쟁’의 분기점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E3T 1호는 국산 반도체와 전자부품의 우주 내구성, 성능 안정성을 실시간으로 검증하기 위한 큐브위성(CubeSat) 기반의 시험플랫폼이다. 크기 12U급(1U=10㎝×10㎝×10㎝)으로, 시험 대상 소자·모듈을 최대 8U까지 탑재한다. 1호탑재체에는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 카이스트 혼성신호 집적회로 연구실의 아날로그-디지털변환/디지털-아날로그변환 ASIC, 엠아이디의 SRAM 등 우리 기술의 집약체가 실린다. 위성 본체 개발은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항우연과 함께 담당했다.

특히 이번 우주검증 과정은 자국 기술로 개발한 메모리·집적회로 등이 실제 우주 방사선, 진공, 극심한 온도변화 등 극한 환경에서 데이터 손상 및 오작동 없이 정상 동작하는지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기존 지상 시험 대비 신뢰도가 월등히 높다. 이를 통해 국산 부품의 우주 사용 이력(flight heritage) 확보, 수출경쟁력 강화, 위성시스템 국산화 비중 제고가 기대된다.
E3T 1호는 11월 누리호 4차에 실려 고도 600㎞ 저지구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발사 후 6~12개월 동안 탑재 소자들의 실시간 성능·내구성·방사선 내성 데이터를 지상국으로 송신하며, 국내외 위성사업자 및 방산·통신·기상 등 산업 수요자의 실사용 검증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우주부품 국산화 경쟁은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미국, 유럽 등 우주강국은 이미 자국 항공·위성용 SoC, 메모리, 통신모듈의 우주 이력 확보를 국가적 전략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의 경우 E3T 시리즈 추진으로 소프트·하드 모두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정부 역시 우주부품 검증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 확보를 중점 정책으로 삼고 있다. 2024년 시작된 이번 사업은 오는 2027년까지 총 3기의 우주검증위성이 누리호에 연속 탑재되는 중장기 계획이다. 2026년 누리호 5차에는 SK하이닉스의 D램과 UFS, 인세라솔루션의 고속 미러 등 더 다양한 국산 기술이 시험될 예정이며, 2027년 6차의 평가 대상은 내년 공모로 선정된다.
한창헌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산업국장은 “소자와 부품의 우주활용 이력확보는 첨단 위성개발의 핵심 역량이자 한국 우주산업의 기반”이라며“지속적인 우주검증 기회 제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우주환경 검증 결과가 쌓이면 한국산 반도체, 전자부품도 미국·유럽의 위성시장 진입장벽을 넘을 기술적 담보력이 생긴다”며 “향후 5년 내 위성부품·우주플랫폼 시장에서 국내 생태계가 급변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