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독일 저성장 경고”…미국 관세 여파 세계 경제 흔들려→올 하반기 회복 신호 언제 오나
국제

“한국·독일 저성장 경고”…미국 관세 여파 세계 경제 흔들려→올 하반기 회복 신호 언제 오나

권하영 기자
입력

늦은 5월, 서울의 하늘에 묵직한 불확실성이 내려앉았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불과 석 달 만에 0.8%로 과감히 하향하며, 저성장의 기류를 공식화했다. 봄 햇살이 머물렀던 시간 동안, 세계 경제의 흐름은 무겁고 어두운 그림자를 곳곳에 새기고 있었다.

 

한국은행은 내수 회복의 더딘 걸음, 미국의 관세 벽 강화로 인한 수출 둔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2월 1.5%였던 성장 전망은 반 토막으로 내렸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의 완만한 개선을 기대하면서도, 재화 수출은 오히려 0.1%쯤 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분기 한국 경제는 -0.2%의 역성장을 기록하며, 한차례 더 깊어진 침체의 골짜기에 들어섰음을 인정했다. 관세 정책의 파고 속 반도체, 의약품 등 주요 품목도 미국 시장에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한국 성장률 전망 0.8%로 하향…독일 0%, 일본 0.5% 저성장 국면
한국 성장률 전망 0.8%로 하향…독일 0%, 일본 0.5% 저성장 국면

저성장의 바람은 독일까지 떨구고 있다. 독일 경제부는 최근 2024년 성장률 전망치를 0.0%로 낮췄다. 이미 2023년에는 -0.3%라는 수치를 맛봤고, 2024년 1분기마저 0.2%에 머물러 있다. 부드러웠던 산업의 톱니바퀴는 무역 마찰과 수요 위축 탓에 둔탁하게 돌아간다.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장관은 미국의 거친 관세 파도가 독일 산업을 바닥까지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12년간 5천억유로 투자 기금조차 '지속 불황'의 파도 앞에 묵직한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본 역시 성장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은행은 2025회계연도 성장률 전망을 0.5%로 내렸다. 2024년 1분기, 일본 경제는 -0.2%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개인소비는 고요한 호수처럼 스러지고, 순수출의 마이너스도 더 깊어졌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전 세계적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도무지 걷히지 않는 우려를 덧붙였다.

 

미국도 성장을 잃어버린 봄을 맞았다. 2024년 1분기 미국 경제는 -0.3%로, 3년 만에 역성장을 나타냈다. 수입이 급증하고 정부 지출이 줄어든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낮췄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동반 상승의 그늘은 5월 FOMC 의사록에서도 깊이 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조차 미국의 2024년 성장률을 2.7%에서 1.8%로 낮춰 부정적 전망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일부 투자은행은 침체의 가능성을 전보다는 낮게 예측하며, 올해 소폭의 성장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수 십 년 만에 다시 찾아온 글로벌 저성장. 세계 곳곳 정부와 중앙은행은 위기 해소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방도를 찾고 있다. 관세 장벽, 교역 환경 악화, 그리고 완만해진 소비의 물결. 아득한 경제 회복의 신호를 기다리며, 투자자와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긴장의 끈을 단단히 쥐어야 할 때다. 각국의 거대한 경제 엔진은 지금, 불확실성의 긴 터널에서 어두운 미래를 가늠하고 있다.

권하영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한국은행#독일경제부#미국연방준비제도